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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즈북스]젊은 인재의 '관행파괴'가 닛산 살렸다

입력 | 2002-03-29 17:28:00


COO 카를로스 곤과 닛산자동차/하세가와 요조 지음 정란희 옮김/259쪽 9900원 이지북

일본 경제의 추락, 아니 파산을 걱정하는 각종 보도들이 최근 많이 등장하고 있다. 90년대 이후 일본 경제의 장기 불황이 이제는 한계에 왔다는 것이다. 그런데 이와 묘한 대조를 이루는 사건은 일본 경제 추락의 상징이었던 닛산 자동차의 화려한 부활이다.

99년 프랑스 자동차 기업 르노에서 닛산으로 파견된 카를로스 곤은 최고경영자로 취임한지 단 1년만에 6,800억 엔의 적자 기업을 3,311억 엔의 흑자 기업으로 탈바꿈시켰다. 아직 닛산의 성공을 속단하기는 이르지만 그가 죽어가던 닛산에 새로운 혁신의 바람을 불어넣은 것은 분명한 사실이다. 이 책은 이러한 닛산의 부활 과정과 카를로스 곤(Carlos Ghosn)이라는 탁월한 경영자의 행적을 비교적 소상히 다루고 있다.

솔직히 개혁에 성공한 탁월한 경영자와 그렇지 못한 경영자의 차이는 많은 학자들이나 경영자들이 궁금해하는 사항이다. 이 책에서 우리는 카를로스 곤을 통해 몇 가지 성공의 비밀을 유추할 수 있을 것 같다. 우선 경영 위기는 외부로부터 오지만 문제는 기업 내부에 있다는 그의 냉철한 경영 철학이다. 곤은 닛산이 부진했던 원인 다섯 가지를 제안하고 있는데, 이러한 원인 모두 위기감 부족, 공유된 비전 미흡, 명확한 이익 지향 부족, 고객 지향 결여, 외부와의 업무 제휴 부족 등 내부적인 요인들이었다. 어느 퇴임한 임원의 말처럼 그 동안 닛산은 관료주의적이고 노조와 야합하는 분위기가 지배적인 병든 공룡이었던 것이다.

둘째 곤이 닛산의 리바이벌 플랜(NRP)을 마련하기 위해 가장 먼저 한 일은 35세부터 45세의 중견 간부 600명을 골라 3개월 동안 면담을 진행하면서 닛산의 개혁을 이끌 인재를 찾았다는 것이다. 경영 혁신은 최고경영자 한 사람에 의해 이루어지는 것이 아니다. 기업에 속한 수많은 젊은 인재들을 혁신에 동참시키고 이들이 과감한 제안을 할 수 있도록 권한과 책임을 부여해야 한다고 곤은 역설했다. 실제 그는 면담이 끝난 후 이들 중에 인재를 선발해서 닛산 리바이벌 플랜을 만들 사장 직속의 사내 횡단 조직(CFT)을 구축했고 이들이 직접 혁신적인 계획안을 마련했다.

셋째, 곤은 계획을 실천하고 목표를 달성하는데 총력을 기울였다. 그가 직원들과 대화하는 과정에서 가장 즐겨 쓴 말은 ‘커미트먼트(commitment)’라는 용어이다. 이 말은 ‘한번 목표를 약속하면 예기치 못한 상황 변화가 없는 한 목표를 달성해야 하고, 달성하지 못한 경우에는 구체적인 형태로 책임을 진다’는 뜻으로 닛산에서 통용되었다. 그는 마련한 계획안이 반드시 실천될 수 있도록 책임자들에게 권한과 책임을 부여했고, 목표 달성에 따른 인센티브도 과감히 제공했다.

과거와의 단절과 관행 파괴를 통해 기업 구성원들을 움직이는 내용이 이 책을 읽는 독자들의 감상 포인트이다.

가톨릭대 경영학부 교수 dhlee67@popsmail.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