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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뮤지컬]한국 뮤지컬 30억원 日수출 신화를 만든다

입력 | 2002-03-29 18:15:00

'산울림'의 임영웅 대표(왼쪽) '신시 뮤지컬'의 박명성 대표


신구(新舊) 연극인의 ‘아름다운 의기투합’.

산울림 소극장 임영웅(68) 대표와 신시 뮤지컬 컴퍼니의 박명성(41) 대표는 각각 ‘한국 창작 뮤지컬의 원조’이자 ‘뮤지컬의 미다스 손’이다. 이들이 5월 30억원에 일본으로 수출하는 뮤지컬 ‘갬블러’의 연출가와 기획자로 뭉쳐 화제다. 한국 뮤지컬의 ‘일본 침공’을 준비하는 두사람을 서울 광화문에서 만났다.

:뮤지컬 ‘갬블러’ 30억원에 일본 수출:

1999년 국내에서 초연됐던 ‘갬블러’는 독일의 인기 그룹이었던 ‘알란 파슨스 프로젝트’ 출신의 에릭 울프먼의 작품. 이번 일본 공연은 한일 월드컵 공동 개최를 기념해 마련된 것으로 초연 당시보다 20분이 늘어난 2시간 20분짜리 대형 무대로 꾸민다.

임 대표는 ‘갬블러’의 흥행에 자신감을 보였다. “일본은 브로드웨이 뮤지컬이 많이 공연된 곳이고 돈이 많은 나라여서 기술적으로도 앞서 있어요. 하지만 일본에 생소한 독일 작품과 한국 배우들의 뛰어난 춤 노래 연기 실력이 신선한 바람을 일으킬 것으로 봅니다.”

‘갬블러’는 1998년 ‘키스 미 케이트’에 이어 임 대표와 박 대표가 함께 만드는 두 번째 뮤지컬. 하지만 이들의 인연은 1990년대 초반으로 거슬러 올라간다. 한국 연극협회 이사장이었던 임대표가 공연 기획에 탁월한 재능을 갖고 있던 박 대표를 눈 여겨 봤고, 96년 연극협회가 주는 스태프 상을 준 것.

“박 대표는 기획력이 뛰어나고 매사에 열성적인 친구였어요. 신시의 고 김상열 선생의 뒤를 이어 대표를 맡은 뒤 ‘해적판의 천국’이던 국내에서 외국 작품 저작권 계약을 정례화하는 등 4년동안 뮤지컬 선진화의 첨병 역할을 했죠.” (임영웅)

“셰익스피어의 ‘말괄량이 길들이기’를 뮤지컬로 각색한 ‘키스 미…’의 연출은 임 선생님이 적역이라고 생각했습니다. 연륜이 있는 연출자가 만드는 정통 뮤지컬 작품은 ‘젊은 세대의 가벼움’과는 다른 무엇이 있거든요.”(박명성)

▼산울림 소극장 임영웅 대표

임영웅 대표는 연극 ‘고도를 기다리며’의 연출자로 유명하지만 1966년 창작 뮤지컬의 효시격인 ‘살짜기 옵서예’를 연출한 한국 뮤지컬의 ‘원조’.

“‘살짜기…’는 주인공이었던 패티김이 노래한 동명 타이틀곡이 요즘 말로 ‘대박’이 났어. 아마 뮤지컬 곡이 지금까지 꾸준히 인기를 얻는 건 이곡이 유일할 거야.”

임 대표는 정통 연극 외에도 ‘꽃님이 꽃님이’(67) ‘상록수’ ‘대춘향전’(68) ‘지붕 위의 바이올린’(85) ‘키스 미 케이트’(98) 등 뮤지컬을 연출했다.

한때 일간지 기자와 동아방송 KBS에서 드라마 PD로 활동하기도 했던 그는 73년 직장을 떠나 극단 ‘산울림’을 창단한 후 85년부터 지금까지 서울 서교동에 ‘산울림 소극장’을 운영하며 정통 연극의 맥을 잇고 있다. “연극계가 침체했지. 때로는 힘들고 지쳐서 그만둘까 생각한 적도 많아요. 하지만 내가 무너지면 후배들이 더 어려워질 것 같더군요. 그래서 버티는 데까지 해보자 마음 먹었죠.”임 대표는 올 가을 김형경의 소설 ‘사랑을 선택하는 특별한 기준’을 무대에 올릴 계획이다.

▼신시 뮤지컬 컴퍼니 박명성 대표

박 대표는 98년 신시 뮤지컬 컴퍼니 대표를 맡은 후 ‘키스미 케이트’ ‘캬바레’ ‘시카고’ ‘로마의 휴일’ 등 발표하는 작품마다 흥행에 성공을 거뒀다.

신시 뮤지컬 컴퍼니 회원만 해도 1만5000명에 이를 정도. 지난해에는 ‘틱틱 붐’을 서울 대학로, 신촌, 예술의 전당 등 3곳에서 동시에 공연하는 기록도 세웠다.

그는 내년 무대에 올릴 예정으로 창작 뮤지컬 ‘산불’(원작 차범석)을 2년째 준비 중이다. 임영웅 대표가 연출을, ‘갬블러’의 에릭 울프먼이 음악을 맡을 예정.

박대표는 “임 선생님 같은 어른을 모시고 정통 뮤지컬을 제작하면서 연기 연출 등 여러 가지를 배울 수 있어 행복하다”고 말했다.

황태훈 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