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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인터뷰]이덕화 "나이 들었어도 조언은 꼭 듣죠"

입력 | 2002-03-31 17:22:00


“‘여러분의 덕화’의 전공은 ‘악역’인가 봅니다.”

SBS 새 일일드라마 ‘오남매’에서 탤런트 이덕화(50)가 탐욕에 눈이 멀어 살인도 불사하는 김인달 역으로 출연한다.

“아버지(고 이예춘)가 하도 악역을 많이 해서 난 좀 안하려고 했는데. 허허. 그래도 명분은 있어요. 찢어지게 가난했던 1950년대, 자식을 위해 돈을 벌어야 했고 그래서 사람도 죽이는 거고….”

‘오남매’는 한국전쟁 직후 아버지가 이권을 노린 친구에게 희생되면서 운명을 스스로 개척해가는 다섯 남매의 우애와 사랑을 그린 드라마. 다섯 남매에게 이덕화는 아버지를 죽인 원수다.

이덕화는 시대 배경이 1950, 60년대여서 드라마가 너무 어두울 것을 걱정했으나 ‘산다는 것은’ ‘작별’의 곽영범 PD와 ‘형제의 강’ ‘덕이’의 이희우 작가를 믿고 출연을 결심했다.

“압구정동에서 노는 젊은 친구들이 좀 많이 봐줬으면 해요. 드라마에 등장하는 다섯 남매가 요즘 젊은 친구들의 아버지 어머니 뻘이거든.”

그와 관련해 빼놓을 수 없는 주제는 머리다. 20대 후반부터 대머리의 조짐을 보이기 시작한 그는 어느날 모 가발업체의 광고 모델로 출연하면서 ‘확’ 달라졌다. 질문을 던지기가 민망해 머뭇거리자 그는 기자가 말을 꺼내기도 전에 먼저 머리에 대한 이야기를 늘어놓는다.

“요즘은 가발이 좋아서 나이를 거꾸로 먹는 거 같아요. 가발이 있으면 얼마나 편한데. 노인역할 때 염색 안해도 되고. 그냥 바꿔 쓰면 되니까. 이번 드라마에서도 가발 4개쯤 쓰게 될 거에요.”

그의 머리 변신은 최근 폐암으로 투병 중인 이주일을 놀라게 하기도 했다.

“병문안을 갔는데 제게 조용히 말씀하시는 거에요. ‘나도 그 가발 좀 구할 수 없냐? 항암제 맞기 시작하면 머리가 더 빠질텐데….’ 순간 가슴이 저려서 말을 못 이었어요. 그 날로 사다드렸죠.”

그는 1996년 총선때 출마했다 낙선한 뒤 5년간 TV 출연을 제대로 못하고 어려운 시기를 보냈다.

“괜히 ‘꼴갑’을 떨어가지고….(웃음) 5년동안 많이 힘들었죠. 낚시가 취미여서 그나마 다행이지 술 좋아하는 사람같았으면 5년 내내 술만 마시다가 폐인됐을 꺼에요.”

이덕화는 이번 드라마에서 자택 부근 가게주인 아줌마들의 모니터 평에 적극 귀를 기울일 예정이다.

“이 아줌마들이 말해주는 게 가장 정확해요. 나이 좀 먹었다고 남의 말에 귀기울이지 않는 사람도 많지만 그들의 칭찬과 조언을 전적으로 받아들일 생각입니다.”김수경기자 skkim@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