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여의도에선 ‘봉선화 장세’라는 말이 유행이다. 손 대면 톡하고 터지는 잘 익은 봉선화처럼 ‘애널’(애널리스트·기업분석가)이 목표가격을 올려 매수를 추천하면 주가가 뜀뛰기하는 종목이 많아서다.
태평양 롯데칠성 코오롱유화 고려아연 LG전자 삼성SDI등…. 이들은 주가수익비율(PER)과 주가순자산비율(PBR), 기업가치를 이자·세금·감가상각전 이익으로 나눈 값(EV/EBITDA)이 낮을 때 애널이 유망종목으로 제시한 뒤 주가가 몇 배씩 올랐다. 의미없는 하나의 몸짓에 지나지 않았던 그가 내가 이름을 불러주자 나에게 다가와 꽃이 된 셈이다.
봉선화 장세의 핵심은 주가차별화. 기업의 수익이 많아지고 경영투명성이 높아져 한국증시는 푸대접(Korea Discount)에서 벗어나 제자리찾기(Re-rating)가 한창이다. 가치가 제대로 평가되는 종목은 4∼5배 거침없이 오르지만 그렇지 못한 종목은 제자리 또는 뒷걸음질이다.
봉선화 장세는 또 남이 ‘가지 않은 길’을 용감하게 먼저 가야 대박을 터뜨리지, 뒤쫓아가다간 쪽박을 찰 수도 있다는 양면성을 갖는다.
동원증권 주식선물팀(팀장 이채원)은 2001년 4월∼2002년 3월에 735억원으로 760억원의 차익을 남겼다. ‘더블(103.4%)’을 낸 것. 이 팀이 3월에 농심 등 그동안 주가가 많이 오른 종목을 팔고 대신 한국전력 담배인삼공사 가스공사 등의 주식을 많이 샀다.
부자가 되는 길에는 3가지가 있다고 한다. 부모로부터 상속을 많이 받거나, 빌 게이츠나 안철수씨처럼 유망한 아이템을 찾아 사업에 성공하거나, 주식에 투자하는 것이다.
실제로 주식투자로 부자가 된 사람이 적지 않다. 20세기 최고의 경제학자로 평가받는 케인즈나 살아있는 월가의 전설로 통하는 워런 버핏, 3000만원으로 30억원을 만든 대전의 L씨와 고아지만 주식공부를 열심히 해 수십억원을 번 춘천의 K씨….
그러나 아직도 개미의 95%는 주식투자에서 돈을 잃고 있다. 증시는 전투기와 미사일, 탱크로 중무장한 외국인과 기관이 사느냐 죽느냐 싸움을 벌이는 정글인 데도 개미는 소총도 없이 돈 벌 욕심만으로 주식투자에 나서는 탓이다.
봉선화 장세는 돈 벌려는 개미에게 기회와 위험을 동시에 제공하고 있다.
홍찬선기자 hcs@donga.com
◇알림〓증권에 대해 전문가 수준의 식견을 갖춘 동아일보 경제부 홍찬선 기자가 매주 월요일자에 이 칼럼을 집필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