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전산업 노조 파업이 우리를 불안하게 하고 있다. 국민재산인 발전사업을 민영화라는 명목 아래 헐값으로 팔 수 없다는 감성적 호소까지 곁들이고 있다. 정부 역시 강경 대응을 고수하여 해결의 실마리가 안 보인다. 노동계 총파업마저 우려된다. 왜 이 지경에까지 이르렀나. 여러 이유가 있겠지만 정부가 노조와의 논리 싸움에서 결정적 우위를 점하지 못하고 있기 때문이다.
우선 민영화 이후 전기요금 인상가능성이 많다는 노조 주장은 허황한 것이 아니다. 정부는 그간 민간기업 수익률에 해당하는 발전사업 투자보수율을 요금 인상 억제 등을 통해 4∼5% 수준에서 유지하고 있다. 그러나 민영화 이후에는 최소한 대출금리 수준인 연 8% 이상으로 높여야 한다. 외자 유치를 위해서는 더 높여야 할지 모른다. 적어도 민영화 초기의 요금 인상은 불가피하다. 아무리 민간기업이 창의적 경영을 하여도 자본 집약형 발전사업의 경우 투자압력을 극복할 길이 없다.
또한 민영화, 구조개편이라는 이질적 용어들이 혼란스럽게 사용되는 현실에서 정책의도를 파악하는 것은 쉽지 않다. 구조개편이란 경영효율 제고를 위한 내부 체제 개혁이며, 민영화는 경영 주체의 민간 이양을 말한다. 그러나 정부나 노조 모두 용어의 개념을 제멋대로 해석하고 이를 근거로 밀어붙이기와 극한투쟁을 한다. 발전사업 등 공기업은 국민 부담을 강요하는 집단 이기주의, 철밥그릇 경영체제 혁파가 시급하다. 공기업들은 이제 경쟁과 소비자 선택권 강화와 같은 새로운 시장논리에 의해 감시되어야 한다. 구조개편을 통해 기업가치를 높여 민영화에 대비해야 한다. 그러나 민영화는 구조개편 효율화의 한 수단일 뿐이다. 당연히 구조개편을 우선 추진하고 민영화는 공공독점이 민간독점 내지 담합으로 변신할 소지를 제거하고 구조개편으로 기업가치를 더 높여 제값을 받을 수 있을 때 추진해도 늦지 않다.
가장 심각한 것은 정부의 공기업 효율화 추진논리가 경직돼 국민이 식상해하고 전문가들이 등을 돌리는 것이다. 정부는 이미 한전 발전부문을 경쟁의 효율을 기하기 위해 5개 자회사로 분할하였다. 이 과정에서 관련 전문가들의 주장인 우리나라 전체 발전사업이 한전이라는 단일 사업자에 의해 관장됨에 따른 ‘규모의 경제 효과’에 대한 지속 여부 평가를 거부하였다. 그 결과 회사분할의 논리적 정당성, 나아가 민영화의 필요성을 설득할 논리기반을 상실하였다.
발전노조 파업의 원인으로 주장하는 국부 유출, 전력서비스 질 하락 등 이유의 밑바닥에는 고용안정에 대한 불안감이 숨겨져 있는 것은 누구나 아는 바다. 그러나 그들만을 미워할 수 없게끔 정부는 처신했다. 국민이 볼 때 정부나 노조 모두가 미덥지 않다. 이제라도 솔직하게 자신들의 속내를 국민에게 심판받을 준비를 해야 한다. 파업은 멈추고 진짜 국민을 위한 구조개편부터 하자. 파업과 민영화 논의는 일단 중지하고 발전사업 효율화를 위한 비상대책에 전념하자. 국회 역시 민영화 관련 법안을 구조개편 지원법안으로 수정하는 조치를 취해야 한다. 헐값에 발전사업 매입을 계획하는 민간기업 역시 국민의 눈을 의식해야 한다.
최기련 아주대 에너지학과 교수·고등기술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