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묘한 ‘황금분할’의 구도로 나타난 지난달 31일 전북지역의 민주당 대통령후보 경선은 이인제(李仁濟) 노무현(盧武鉉) 정동영(鄭東泳) 후보 3명 모두에게 복합적 메시지를 던졌다.
무엇보다 불과 1%안팎의 차로 똑같이 30% 대의 득표율을 올린 것으로 나타난 이날 경선 결과로 ‘판이 깨질지 모른다’는 우려까지 샀던 경선레이스는 흥행 성공의 기대를 다시 모으며 일단 순항하게 됐다.
민주당 한 당직자의 표현처럼 이날 경선 결과가 이 후보에게는 ‘희망’을, 노 후보에게는 ‘호심(湖心)’의 확인을, 정 후보에게는 ‘격려’를 던져주었기 때문이다.
노 후보의 경우 30일 경남 경선에서의 압승에 이어 이날 다시 연승했음에도 불구하고 선두 탈환에는 실패했다. 당초 경남 경선에서 이 후보와의 표차를 단숨에 445표로 좁혔던 노 후보 측은 전북 경선에서 50%가량의 득표율을 올려 근소하게나마 이 후보를 제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이곳이 연고지인 정 후보에게 적지 않은 표가 몰리면서 상당한 표를 잠식당했다는 게 당 안팎의 분석이다. 하지만 노 후보 측은 24일의 강원 경선에 이어 경남 전북에서 잇따라 1위를 차지하며 3연승을 거뒀다는 데에 큰 의미를 부여하고 있다. 여론조사 결과에서 나타난 ‘돌풍’의 위력이 점차 대세를 굳혀 가는 단계에 접어들었다는 것이다.
반면 이 후보 측은 경남 경선에서의 대패(大敗)에도 불구하고 선두를 지켜냄으로써 일단 노풍(盧風)의 위력이 정점을 지난 것으로 보고 바람 차단에 나선다는 전략이다.
이처럼 전북 선거인단이 3인의 후보에게 절묘한 표 배분을 함에 따라 이후 경선의 대세는 5, 6, 7일 대구 인천 경북에서의 3연전 결과가 판가름할 것으로 보인다.
특히 16개 지역 중 9번째 경선지역인 대구의 표심이 이후 경선 후반전 판세에 결정적인 영향을 미칠 가능성이 크다.
당 안팎에서는 일단 같은 영남출신인 노 후보가 유리하다는 전망이 우세하다. 그렇지만 세 후보 모두 직접적인 연고지가 아니라는 점에서 경남에서처럼 70%대의 표가 집중되는 표 쏠림 현상은 나타나지 않을 것으로 보고 있다.
노 후보 측이나 이 후보 측은 대구 경북 경선을 거치면서 노 후보가 선두로 올라설 가능성이 높다고 본다. 하지만 이 후보 측은 충청권 출신이 많은 인천(6일)과 연고지인 충북(13일)에서 충분히 국면을 반전시킬 수 있고 전체 선거인단의 38%가 밀집한 서울 경기에서의 막판 승부에 기대를 걸고 있다.
한편 경남 경선에서 지역 연고(김해 출신)를 갖고 있는 노 후보에게 72.2%의 몰표가 쏟아진 것은 지역주의 투표 성향과 이 후보가 제기했던 ‘음모론’의 역풍이 복합적으로 작용한 결과로 풀이된다.
당초 노 후보 측이 기대했던 것(65%)보다 높은 이 같은 득표율은 대전 충남 경선에서 이 후보에게 각각 67.5%와 73.7%의 표를 몰아준 지역주의 투표 성향이 경남에서 반작용을 초래했기 때문으로 보인다.
익산〓김정훈기자 jngh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