축구에 있어서 승부를 결정짓는 요인은 무엇일까?
보통 상대팀에 대한 전략, 전술이 승패를 좌우한다는 것이 상식이다. 상대방의 치밀한 분석을 통한 대응마저도 압도할 수 있는 전력 우위가 아니라면 말이다. 그래서 코칭스태프가 존재하고, 전술이 필요하다.
상대팀 전력과 전략 그리고 세부전술을 지속적으로 관찰하며 분석할 수 있고 경험해 볼 수 있는 리그 전의 경우, 승리를 위해선 특정 선수 기용과 배치의 변화를 통해 해법을 찾는 것이 일반적이다. 팀의 기본적인 시스템과 전술의 틀을 깨기에는 위험부담이 너무 크기 때문이다.
리그 전의 성패가 세부적인 전술 보다는 선수들의 능력, 선수층과 같은 기본 전력과 시스템과 운영계획이라고 할 수 있는 전략에 무게가 더 실리는 반면, 한 경기 결과에 의해 운명이 엇갈리는 토너먼트 대회의 경우, 단기적인 경기 전략과 전술의 비중이 커지고 그 내용도 세밀해지며 복잡해진다. 판단력, 분석력 뿐만 아니라, 경기 내외적 상황대처에 대한 순발력 또한 필수적이다.
스케줄이 확정되면 일단, 선수 개개인의 체력, 정신, 기술 수준을 점검한 후, 개개인의 장단점을 바탕으로 시스템을 구성하고 배치한다. 팀 전력의 극대화를 위한 수 많은 테스트를 통해 포지션을 이동하는 선수들이 있게 되고, 팀 내부적인 주전경쟁에서 밀려난 선수도 나타나게 된다.
이 때부터는 코칭스태프와 선수들간의 보이지 않는 치열한 '장외대결' 이 추가된다. 주전급으로 분류되는 선수들에게는 선수 자신 조차 알지 못하던 잠재력을 이끌어 내기 위해, 비 주전급 선수들에게는 예비전력 강화차원에서 강도 높은 신체적, 정신적 트레이닝이 요구된다. 코칭스태프의 의도와 축구관을 이해하고 요구수준대로 선수들이 뒤따른다면 문제가 없겠지만, 대부분의 경우에는 부작용을 수반하게 된다. 특히 대표팀의 경우처럼 '보통선수' 들이 아닌 경우에는 더욱 심각하게 나타날 수 있다. 선수 뿐만 아니라 여론 또한 코칭스태프의 판단과 결정을 스스로 인정 할 만큼 호락호락한 상대들이 아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의욕이 넘치는 선수들이 있는 반면, 훈련과 생활 모두 불만에 휩싸인 선수들도 등장하게 된다. 이들의 수나 목소리가 커지게 되면 불투명한 선수 선발과 기용이니 허점 가득한 선수관리라는 주위의 혹평이 등장하게 되고, 팀 분위기는 어수선해질 수 밖에 없다. 대책을 마련해보지만 서로간의 믿음이 허물어진 탓에 근본적인 처방이 어렵다.
눈에 보이는 전술, 선수들의 체력 만큼이나 보이지 않는 선수들의 '상태' 에 대한 관리와 여론에 대한 '분위기파악' 또한 무시할 수 없는 까닭이다.
일반적으로 지도자가 선수들을 이끄는 방법은 크게 두 가지 유형으로 분류할 수 있다. 신상필벌의 원칙을 엄격하게 적용해 시범 케이스의 혹독한 결과를 보여주는 형과 지속적인 관심과 의사교환을 통해 동기를 부여, 선수의 의욕을 고취시키는 형이다.
'장악形'과 '이해形' 두 가지 모두 장단점이 있겠지만 결국 성공의 열쇠는 '지도자의 능력'이다. 과정이 어떠했건 간에 선수들의 능력 최대치를 요구수준까지 끌어올리는 능력은 아무나 할 수 있는 능력이 아니기 때문이다.
히딩크 감독의 경우, 두 가지 유형의 절충형이라는 생각이다. 가차없이 대표팀에서 제외시키기도 하고 마음을 비울만 하면 다시 발탁하여 기회를 준다. 선수들에 대한 평가도 경기 후 솔직히 공개한다. 그 다음날 아침이면 팬 들도 히딩크 감독의 적나라한 평가를 접할 수 있다. 오늘 누구와 누구의 플레이는 이러해서 대표팀 발탁과 탈락 여부는 신중히 고려하겠다는 식이다. 불신과 신뢰가 끊임없이 반복되는 상황이니 선수들로서는 피를 말리는 나날 들이다. 더불어 대표팀의 장단기 포커스와 향후계획 또한 자신의 프로그램 진행상황과 비교하며 명확하게 제시한다. 이의 제기가 필요 없을 만도 하다. 본선 무대에서의 경기를 보고 이야기하지 않으면 말이다.
터키와의 평가전 이후, 히딩크 감독에 대한 평가가 튀니지전 이후와는 180도 달라졌다. 골 결정력 부재라는 과제가 남아 있다고는 하지만, 베스트 11의 윤곽이 모습을 드러내면서 수비조직력이 안정되었고 체력 훈련의 효과 또한 나타났다는 것이 주된 내용이다. 게다가 폴란드가 일본과의 경기에서 부진한 모습을 보이자 16강 진출에 대한 장밋빛 전망 또한 빠지지 않았다. 스포츠에서 면죄부는 경기결과이외에는 없다는 말이 맞는 것 같다. 히딩크 감독에 대한 평가가 이렇게 오락가락하다 보니 축구 팬들의 해석도 각양각색이다.
특정 플레이메이커 발탁, 골키퍼는 누구라는 예상에서부터 결국 측면 공격이 최종선택이라는 전문적 분석이 등장한다. 전력 노출을 피하기 위해 주공격루트와 베스트 멤버 기용을 자제해왔고, 선수들의 치열한 주전경쟁을 통한 전력상승을 위해 선수기용 역시 변칙적으로 해왔다는 '독심술' 을 주장하는 '도사급' 축구 팬들도 나타났다. 정말 너무도 많은 관점들이 쏟아져 나오고 있어 요즘처럼 대표팀의 경기력에 대해 헷갈려 본 적이 있었나 싶을 정도다. 게다가 '절친한' 일본의 경우는 아는 것도 많아보이고 진도가 훨씬 빨라 보이니 말이다. '일본이 되는데 우리는 왜 안되냐' 라는 막연한 기대도 한 몫 거든다.
트루시에 감독은 일본 대표팀 감독으로 세계 청소년 대회, 올림픽, 아시안 컵, 컨페더레이션 컵을 치렀다. 남은 것은 두 달 이후 있을 월드컵 뿐이다. 트루시에 감독이 일본 대표팀을 맡은 지 올해로 4년째다. 각 급 대표팀을 지도하면서 깨우친 선수들의 능력과 전술 이해력과 3-5-2 시스템 그리고 4년이라는 시간이라면 견적이 나올 만도 하고, 한 단계 수준상승을 기대하는 것도 무리가 아니라는 이야기다.
당장 시합에서 보여주지 못하는 능력을 두 달 후에 보여줄 수 없는 경기가 축구다. 서너 번의 결정적인 찬스를 만들어 낼 수 있는 역습패턴과 일정 수준의 긴장이 유지되는 선수관리, 그리고 차기, 차차기 대표팀의 자양효과를 기대하는 것이 오히려 현실적일 것이다.
지겹도록 듣는 이야기지만 축구는 단기간에 효과를 볼 수 있는 종목이 아니다. 누구 되던지 간에 한국 대표팀을 4년 이상 이끌어줄 지도자가 나타났으면 하는 바람이 필자 만의 생각일까?
자료제공: 후추닷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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