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98년 개봉된 ‘블레이드’는 ‘람보’ ‘터미네이터’ 등 정통 액션 영화를 추구하던 할리우드가 홍콩의 ‘와이어 액션’에 동양적 선(禪)을 가미해 새로운 액션을 시도한 영화.
주인공들의 주무기를 총에서 칼로 바꾸고 손이 안보일 정도의 빠른 편집으로 ‘MTV 액션’이라는 신조어를 유행시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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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년 만에 찾아온 속편 ‘블레이드2’는 이를 바탕으로 게임과 애니메이션적인 요소를 보강해 한층 현란해졌다. 수천년 동안 인간과 흡혈귀가 공존해왔다는 세계를 배경으로 한 이야기는 1편에서 이어진다.
인간과 흡혈귀의 잡종으로 태어나 흡혈귀를 처단하는 숙명을 타고난 블레이드(웨슬리 스나입스)는 어느날 흡혈귀로부터 ‘공동의 적’인 리퍼를 물리치자는 제안을 받는다. 변종 흡혈귀인 리퍼는 인간 뿐만아니라 흡혈귀의 피도 빨아먹으며 막강한 힘으로 블레이드를 위협한다.
슬로 모션에 컴퓨터 게임의 ‘리플레이’ 장면으로 연상케하는 편집까지 동원한 ‘블레이드2’는 ‘매트릭스’의 2002년 버전을 보는 듯한 액션을 뽑아냈지만, 1편을 흐르던 블레이드의 ‘반인반수’로서의 고민 등이 빠져나가면서 부분적으로 속편의 한계를 드러낸다.
1편에서는 흡혈귀가 된 어머니를 죽일 수 밖에 없는 블레이드의 고민이 액션신에 배어있던 반면, 2편의 블레이드는 아무 제약없이 ‘피의 향연’을 벌인다. 길레르모 델 토로 감독은 리퍼를 좀비(zombie·악의 힘 등 초자연력으로 되살아난 시체)를 연상케하는 비릿내 가득한 캐릭터로 만들어 자극을 극대화했다.
그러나 2편의 이러한 ‘무념’(無念) 액션은 1편보다 업그레이드 됐고 ‘블레이드2’는 최근 개봉된 외화 중 ‘킬링 타임’용으로는 손가락에 꼽힐만 하다. 올해 마흔을 맞은 웨슬리 스나입스는 1년 넘게 요가와 체조를 혼합한 ‘자오로트닉스’로 몸을 다듬어 ‘패신저57’(1992) ‘데몰리션 맨’(1993)에서 보여준 강력한 액션을 유지했다. 18세 이상. 5일 개봉.
이승헌기자 dd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