텍사스 레인저스가 소속된 아메리칸리그 서부조는 한마디로 ‘죽음의 조’다.
지난달 플로리다의 스프링캠프 때다. 폭스 스포츠의 한 야구 기자는 한국 방송사와의 인터뷰에서 이렇게 말했다.
“시애틀 매리너스가 지난해만큼은 안될 겁니다. 하지만 작년에 116승으로 메이저리그 타이기록을 세웠으니까 올해 못해도 100승은 하겠죠. 오클랜드 애슬레틱스도 마찬가지입니다. 작년 102승에서 95승 정도로 떨어질 겁니다. 결국 올해 텍사스가 포스트시즌 티켓을 따려면 지난해보다 최소 22승이 많은 95승 이상을 올려야 한다는 결론입니다.”
국내 팬의 기대와 달리 올해도 텍사스의 포스트시즌 진출은 어려울 것이란 전망이 지배적이다.
텍사스는 지난 겨울 박찬호를 에이스로 영입한 것을 비롯해 3선발 이스마엘 발데스, 5선발 후보인 데이브 버바와 이라부 히데키, 마무리 존 로커, 불펜투수 토드 반 포플과 제이 파웰 등을 데려오는 등 총 1억달러의 거액을 들여 마운드 재건에 나섰다.
선발투수의 평균자책이 6점대에 이르는 최악의 마운드로는 한발짝도 나아갈 수 없다는 위기감 때문이었다. 여기에 거포 후안 곤살레스와 칼 에버렛을 영입해 기존 최강의 방망이를 더욱 강화했다. 4번타자감만 5명은 된다는 평가다. 그러나 야구는 상대적인 것. 텍사스의 전력이 아무리 좋아져도 많게는 19경기를 치러야 하는 같은 조의 전력을 고려하지 않을 수 없다.
시애틀은 지난해 타격 3관왕에 오르며 신인왕과 MVP를 동시에 거머쥔 스즈키 이치로를 선봉으로 브렛 분, 에드가 마르티네스, 존 올러루드의 ‘기관포 타선’에 제프 시릴로가 추가됐다. 지난해 20승을 올린 제이미 모이어에 에이스 프레디 가르시아, 폴 애보트, 제임스 볼드윈, 존 할라마의 선발 5인방이 하나같이 두 자리 승수에 평균자책 4점대 이하를 기록했다. 오클랜드는 지난해 다승왕 마크 멀더(21승)에 팀 허드슨-배리 지토로 이어지는 영건 삼총사가 모두 20승 후보. 연봉 부담을 덜기 위해 거포 제이슨 지암비와 톱타자 자니 데이몬, 마무리 제이슨 이스링하우젠을 내보냈지만 외야수 데이비드 저스티스와 1루수 카를로스 페냐를 데려와 전력손실을 최소화했다.
애너하임 에인절스도 만만찮은 상대다. 시애틀에서 15승 투수 아론 실, 뉴욕 메츠에서 케빈 에이피어를 데려왔고 홈런왕 트로이 글라우스가 이끄는 타선이 위협적이다.
장환수기자 zangpab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