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 안산시 시화호에서 해수(海水)의 유출 및 유입이 40여일간 중단되면서 이 호수 상류에 심각한 적조 현상이 나타나 대책이 요구되고 있다.
안산 시흥지역 어민들은 오염된 해수가 방류돼 연안어장이 황폐화됐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며 2월15일부터 시화호 배수갑문 안팎에 어선 60여척을 정박시킨 채 해상 시위를 벌여 46일째 해수 유출입이 중단되고 있다.
시화호는 1996년부터 배수갑문을 통해 하루 4차례 6000만t(전체 담수량 3억3200만t의 18%)의 해수를 유출 및 유입시켜 수질을 유지해 오고 있다.
현재 시화호 상류는 8㎞가량에 걸쳐 검붉은색 띠가 형성돼 가고 있고 수온 상승으로 인해 어패류 집단 패사 등의 우려를 낳고 있다.
▽시화호 적조 실태〓1일 오전 안산시 본오동 시화호 상류 인공습지를 막 지난 지점. 20여만평의 습지를 지나면서 자연 정화된 물들은 다시 차츰 검붉은 색으로 변해가고 있었다.
평상시 1m 깊이까지 들여다보이던 개천은 바닥을 전혀 알 수 없을 정도로 탁해졌고 희뿌연 부유물질이 떠다녔다. 이런 적조띠는 이 곳에서부터 반월시화공단 앞까지 8㎞가량 길게 늘어져 있다.
안산지역 환경운동가 최종인씨(48)는 “10여일 전부터 시화호 상류지역에서 적조 현상이 나타나더니 이제는 호수가 검은색으로 변해 죽어가고 있다”며 “이달 중 수온이 급상승하면 수중 미생물과 어패류의 패사 등 생태계 파괴가 우려된다”고 말했다.
수자원공사측은 매주 2회 실시하는 자체 조사 결과 최근 시화호의 화학적산소요구량(COD)은 3.5∼3.6ppm으로 평상시 상태를 유지하고 있지만 장기적으로는 오염이 돼 생태계에 악영향을 줄 우려가 있다고 밝혔다.
적조 현상은 플랑크톤이 대량 번식하면서 바닷물의 색이 붉게 변하는 것으로 적조가 심해지면 물속 용존산소가 부족해지면서 미생물과 어패류가 폐사하고 수질 오염을 유발하게 된다.
▽어민 시위〓안산 시흥지역 소형어선(2t 미만)들로 구성된 어민 대책위 소속 180여명은 수자원공사측이 시화호의 오염된 해수를 방류해 연안어장이 황폐화하면서 생계에 위협을 받고 있다며 피해 보상을 요구하고 있다.
대책위 김형태 위원장(45)은 “시화호의 적조 현상은 해수 유출입 중단보다는 상류의 오염된 물질과 오폐수가 시화호로 유입되면서 나타나는 것”이라며 “수자원공사측이 피해 실태 조사 등 어민들과 대화하겠다는 태도를 보이면 시위는 중지할 수 있다”고 밝혔다.
▽수자원공사 입장〓수자원공사는 어민들의 피해 보상 요구를 수용할 수 없다는 입장이다. 수자원공사 안덕건설단 남상철 부장(48)은 “시위 어민들이 98년 어업허가를 받을 때 공공사업으로 인한 피해는 보상을 요구하지 않는다는 부대조건이 있었다”며 “시화호 수질도 98년 당시 화학적산소요구량(COD) 7.9ppm에서 현재 3.5ppm으로 좋아진 만큼 피해 보상은 해줄 수 없다”고 말했다.
안산〓남경현기자 bibulu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