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3월 26일 독일에서 열렸던 한국 축구대표팀과 터키 대표팀 간의 해외 평가전에서 혹 한국 응원단이 봉변이나 당하지 않을까 걱정했다. 사전에 터키 국민의 다혈질인 민족성과 유럽 훌리건들에 대한 정보를 입수했기 때문이다. 그러나 결과는 정반대였다. 터키인 관중은 모두 하나되어 단합된 응원을 펼쳤으며, 경기 전 우리 응원단과 사진 촬영을 하거나 자신들의 응원구호 등 많은 것을 보여줬다. 물론 경기 결과가 무승부였고 상대방 응원단을 자극하지 않기 위해 노력한 점도 무시할 수는 없지만 관중 문화는 우리보다 한수 위라는 느낌을 받았다.
그러나 1월 치열한 승부를 벌였던 북중미 골드컵 한국-멕시코 전에서는 상황이 달랐다. 빗속에서 연장전까지 가는 혈투 끝에 한국이 승부차기로 승리하자 흥분한 멕시코 응원단 측에서 한국 응원단 측으로 응원도구와 맥주컵들이 날아왔다. 100여명에 불과한 한국 교민과 응원단들은 수만명의 멕시코 관중들을 뒤로 하고 안전을 위해 경기장을 조용히 빠져나와야 했다. 스포츠 경기는 선수와 관중이 하나되는 이벤트인 만큼 응원문화에서도 페어플레이가 필요하다는 것을 절감한 순간이었다.
축구장에서의 페어플레이에는 과연 무엇이 있을까. 크게 세 가지로 나누고 싶다. 첫째, 선수들 간의 페어플레이다. 스포츠맨십에 위배되지 않게 정정당당하게 실력을 겨루는 것이다. 둘째, 응원을 주도하는 사람들과 일반관중 사이의 페어플레이다. 응원하는 팀의 선전을 위해 관중이 하나 되어야 한다는 뜻이다. 마지막으로는 응원을 지도하는 서포터들 간의 페어플레이다. 원정 응원단의 안전을 보장해주고 서로 에티켓과 매너를 지켜줌으로써 경기장을 찾는 사람들에게 멋진 볼거리를 제공하는 일이다. 이 중에서 둘째와 셋째는 선진 응원문화를 위해 국내 서포터들이 앞으로 일반관중을 유도해야 하는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코리아 팀 파이팅’ 응원단은 지난해 11월 제주도 서귀포에서 열린 한미 평가전을 시작해 북중미 골드컵, 유럽 등 국가대표팀 축구팀의 평가전을 따라다니면서 응원전을 펼쳤다. 경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응원단 회장으로서 서포터들에게 몇 가지 주의사항을 준다. 그중 가장 중요한 것은 지나친 야유와 격한 발언을 삼가는 등 기본적인 에티켓을 지킴으로써 상대방을 자극하지 말아야 한다는 점이다. 물론 응원이란 ‘파이팅’만 외치는 것이 아니라 심판의 편파적인 판정이 있을 때처럼 때로는 ‘야유’도 필요하다. 그러나 야유는 짧고 굵게 ‘우∼’하는 함성을 지르는 것이 좋다고 생각한다.
유럽의 축구장을 가보면 원정팀과 홈팀 응원석 사이에 철조망이 쳐져 있는 것을 볼 수 있다. 또한 응원단들은 휴식시간에 절대 화장실을 혼자 갈 수 없는 분위기다. 너무 삭막하다는 느낌이다. 그러나 2002 한일월드컵에서는 한국이 어느 나라 응원단이 오더라도 맘놓고 응원할 수 있는 환경을 제공하는 것은 주최국의 최소한의 예의라고 생각한다. 꼭 철조망이 없더라도, 경찰이 동원되지 않더라도 경기장에서는 열심히 응원하고 경기 후에는 서로 따뜻한 인사를 나눌 수 있도록 응원단도 페어플레이를 했으면 한다.
정승원 축구응원단 ´코리아 팀 파이팅´회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