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축구대표팀 거스 히딩크 감독은 올들어 여자 문제로 잇달아 입방아에 오르내렸다.
지난해 한국대표팀 훈련장에 처음 모습을 드러낸 히딩크 감독의 ‘여자친구’는 수리남 출신의 늘씬한 흑인 미녀로 올들어 북중미골드컵과 유럽 전지훈련장에도 거리낌없이 동반해 구설수를 낳았다.
“애인이나 돌봐야지 선수 돌볼 틈이 어디 있겠어?.” “여자친구나 데리고 다니니 선수들에게 무슨 권위가 설까.” 이런 비아냥이 무성했다.
선수들 중에는 “감독의 사생활이다”와 “별로 보기좋지 않다”는 쪽이 엇갈렸다고 한다. 사생활을 어느정도 인정하면서도 일국의 대표팀 감독의 권위에 대해서는 고개를 가로젓게 한 것은 왜일까.
1934년 이탈리아월드컵. 파시스트 정권 하에서 월드컵을 치르게 된 이탈리아는 강력한 카리스마에 가부장적 권위를 가진 포치오 감독에게 대표팀 지휘봉을 맡긴 채 우승에 목을 매고 있었다.
그런데 당시 이탈리아대표팀에는 심각한 갈등이 있었다. 대표팀의 주축을 이룬 프로명문인터 밀란과 유벤투스 소속 선수간의 알력이 대단했던 것. 이들은 서로 말을 안하는 것은 물론 훈련 때에도 제대로 패스조차 해주지 않았다. 팀 전력의 절대적인 요소인 조직력을 해치는 심각한 독소였던 것이다.
이런 상황을 간파한 포치오 감독은 대회 개막을 얼마 앞두고 서로 사이가 나쁜 선수들을 짝지어 한방을 쓰게 했다. 그리고 아침 마다 방문을 열고는 장난감 인형을 들이밀고 “간밤에 너희들 서로 안잡아 먹었니?”라며 웃기고 다녔다. 밤새 말 한마디 않았던 선수들은 이 순간 한바탕 웃음을 터뜨리며 서로에게 마음을 열었다. 선수와 선수, 감독과 선수간의 보이지 않는 갈등을 무너뜨리고 힘을 모은 이탈리아는 결국 대망의 월드컵 우승을 차지했다. 진정한 권위는 타인의 마음을 배려하는 것임을 보여준 일화였다.
누가 히딩크 감독의 애정 문제를 간섭할까?.
하지만 모든 것은 때가 있는 법. 지금은 그가 그 뜨거운 열정을 한국축구와 대표선수들을 위해 남김없이 쏟아야 할 때라는 것이다.
▼권순일기자의 논스톱슛▼
- 월드컵과 정치인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