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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연]연극 '양파' "내게 가족이 있는데 왜 자꾸 외로워질까"

입력 | 2002-04-02 17:26:00


‘한 뿌리에서 맺어졌으나 벗길수록 속을 알 수 없는 양파처럼….’

4일 서울 대학로 바탕골 소극장에서 막을 올리는 연극 ‘양파’(김수미 극본·심재찬 연출)는 인간과 가족을 양파에 은유한다.

2000년 한국 희곡 신인문학상을 받은 ‘양파’는 하나의 주제로 극을 이끌어가는 기존의 연극 형식을 탈피했다. ‘부부’ ‘부자’ ‘모녀’ 등 다양한 가족 관계를 12개의 작은 코너로 나눠 옴니버스로 꾸몄다.

‘양파’에 등장하는 가족은 서로 주고 받은 상처를 가슴에 담고 살고 있다. 가진게 없는 콤플렉스를 폭력으로 해결하는 아버지, 원치 않는 결혼에 현실을 도피하고 싶은 어머니, 아버지의 불륜을 알지만 가족을 위해 겉으로는 밝게 사는 딸, 강압적인 아버지를 증오하면서도 대들지 못하는 아들. 이들은 따스한 관심과 진정한 사랑을 갈구하지만 겉으로는 미움과 증오를 폭발시킨다. 결국 아들이 자살을 선택하면서 어머니는 나머지 가족을 향해 총구를 겨눈다. 이런 극한 상황은 가족의 소중함을 역설적으로 보여주기 위한 것.

연출자 심재찬씨는 “가족 안에 숨겨진 현대인의 고독과 외로움, 그로 인해 삐뚤어지는 사랑을 다뤘다”면서 “누구나 부모가 되고 자식이 되면서 각각의 상처를 감싸안을 수 있는 것은 가족이라는 사실을 말하고 싶었다”고 말했다.

‘양파’는 가족이든 인간이든 서로의 삶을 강제하지 말라고 조언한다. 인생의 정의를 한마디로 할 수 없듯 관객들이 극중 인물이 돼 봄으로써 삶을 다시 생각할 수 있는 자리가 될 듯하다. 28일까지. 평일 오후 7시반, 토 오후 4시반 7시반, 일 공휴일 오후 3시 6시(월 쉼). 1만5000원. 02-3672-0022

황태훈기자 beetlez@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