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회 오클랜드의 저스티스에게 2점홈런을 내준 박찬호가 손에 쥐고 있는 공을 보며 씁쓸한 표정을 짓고 있다.
달라진 박찬호(29·텍사스 레인저스)와 바뀐 텍사스의 팀컬러를 기대했지만 실망스러웠다.
박찬호는 제구력 난조로 난타 당하며 무너졌고 메이저리그 최강이라던 텍사스의 중심타선은 너무나 무기력했다.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최다실점팀(968점) 텍사스의 모습은 변한 게 없었다.
2일 오클랜드 네트워크 콜로세움스타디움에서 열린 오클랜드 애슬레틱스와의 시즌 개막전은 비록 한 게임이었지만 박찬호와 텍사스에 올 시즌 암울한 미래를 예고한 경기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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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명타자제 때문에 내셔널리그보다 타력이 강한 아메리칸리그 데뷔전에서 박찬호는 선발 5이닝 동안 홈런 2개를 포함해 9안타를 얻어맞고 6실점하며 시즌 첫 패를 안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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야간경기라 다소 쌀쌀한 날씨 속에 치러진 이 경기에서 박찬호는 오른쪽 허벅지에 테이핑을 하고 나왔다. 지난달 28일 시범경기 미네소타 트윈스전에서의 허벅지 부상이 아직 완쾌되지 않았음을 보여주는 증거. 피칭모션에서 중심축인 오른쪽 다리에 힘을 실을 수 없었기 때문인지 공 끝이 밋밋했고 컨트롤도 말을 듣지 않았다. 이날 볼넷은 한 개도 내주지 않았지만 코너워크가 되지 않아 한 가운데로 공이 몰린 것.
출발부터 불안했다. 1회 시작하자마자 안타와 몸에 맞는 볼로 무사 1, 2루의 위기. 다행히 오클랜드 3번 해트버그를 2루 병살타로 유도하며 1회를 무실점으로 막았지만 2회 차베스에게 우중월 홈런을 맞아 첫 실점. 3회에도 지암비와 매네키노의 연속안타에 이어 저스티스에게 중월 2점포를 허용했다. 안타를 맞은 공들은 모두 한복판이거나 가운데 높은 코스였다. 제구가 안되는 146㎞짜리 직구로 아메리칸리그 타자들을 상대하긴 무리.
박찬호는 9안타 가운데 홈런 2개를 포함해 6안타를 오클랜드 6명의 좌타자들에게 얻어맞아 좌타자에 약한 징크스도 고스란히 노출시켰다.
반면 지난해 아메리칸리그 다승왕(21승)을 차지한 오클랜드의 왼손선발 마크 멀더는 절묘한 제구력과 다양한 변화구로 대조를 이뤘다.
3-8로 패한 텍사스는 알렉스 로드리게스-후안 곤살레스-라파엘 팔메이로-이반 로드리게스로 이어지는 화려한 타선이 겨우 내야안타 2개만 뽑아내는 빈타를 보였다.
텍사스 유니폼으로 갈아입고 첫 경기에서 이미지를 구긴 박찬호는 7일 오전 10시 텍사스 알링턴구장에서 열리는 애너하임 에인절스와의 경기에 선발등판해 홈팬들에게 첫선을 보일 예정이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