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佛대선 시라크대통령-조스팽총리 부인 내조 대결

입력 | 2002-04-02 18:16:00


부창부수(夫唱婦隨)라고 했던가. 프랑스 대선 1차 투표(21일, 2차 결선투표는 5월5일)를 19일 앞두고 박빙의 대결을 벌이고 있는 자크 시라크 대통령과 리오넬 조스팽 총리 못지않게 그 부인들의 이미지도 대조적이어서 화제다.

우파인 시라크 대통령은 총리 보좌관으로 출발해 하원의원 6선에 장관 4번, 파리 시장과 총리 2번에다 대통령까지 지내는 등 화려한 출세가도를 달려왔다. 좌파인 조스팽 총리는 외무부 관료로 출발해 대학교수와 파리 시의원 등 현장에서 성장해 온 입지전적 인물. 시라크 대통령이 낙천적이고 포용력 있는 인상을 준다면 조스팽 총리는 청교도적이고 딱딱한 인상을 준다.

부인들을 보면 시라크 대통령의 부인 베르나데트 여사(68)는 프랑스 왕정 때부터 많은 외교관을 배출한 귀족가문 출신이지만 조스팽 총리의 부인 실비안 아가생스키 여사(56)는 폴란드 이민 집안 출신이다.

결혼 46년째인 시라크 대통령 부부는 대통령궁인 엘리제궁과 교외 코레즈의 대저택에서 아직도 서로 존칭어를 써가며 대화를 나눈다. 전통적인 가치관을 고수하는 베르나데트 여사는 시라크 대통령의 젊은 시절 여성편력에 대해서도 “미남과 살려면 그 정도의 대가는 치러야 한다”며 용인했다.

프랑스 국립 고등사회과학원(EHESS) 정치철학 교수이자 페미니스트 작가인 아가생스키 여사는 조스팽 총리와 결혼한 이후에도 결혼 전 사귀었던 철학자 자크 데리다와의 사이에서 난 아들(17)을 데리고 들어와 살 정도로 대등한 관계를 유지하고 있다. 아가생스키 여사는 “남자가 대통령이 된다고 아내까지 대통령이 되는 것은 아니다”며 조스팽 총리의 정치적 야심을 위해 자신이 선거운동에 나설 이유가 없다고 선을 긋고 있다.

단점으로 지적되는 것까지 대조적이다. 베르나데트 여사는 너무 전통적인 이미지 때문에 시라크 대통령의 공보자문으로 일하는 딸 클로드가 “아버지의 낡고 보수적인 인상을 더 깊게 만든다”며 대통령궁 출입을 금지시킨 적도 있다. 아가생스키 여사는 오만한 태도가 가정을 중시하는 중도 노선 유권자들의 표를 깎아먹는 요인이 될지 모른다는 분석을 낳게 하고 있다. 출신과 생활, 이념면에서 남편들보다 더 극명하게 구별되는 부인들의 이미지가 이번 대선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주목거리다.

파리〓박제균특파원 ph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