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기술 산업은 한국이 ‘거북이 걸음’을 하는 동안 미국 일본 유럽 등 기술 선진국들이 범국가적 차원의 청사진 아래 대규모 연구개발(R&D) 투자를 집중시키며 ‘토끼뜀’을 한 분야.
선진국들은 멀지 않은 미래에 신기술 산업이 기존 전통산업을 대체할 것으로 보고 정부-산업-학계 네트워크를 운용하면서 관련 분야의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이들 3강이 앞서거니뒤서거니 경쟁을 벌이는 가운데 기술 후발국과의 격차는 점점 더 벌어지고 있는 양상이다. 지난해 2월 세상을 떠들썩하게 했던 인간 게놈지도는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 등의 기업과 연구진이 참여한 국제 컨소시엄이 일궈낸 개가였다.
정보기술(IT) 분야는 미국의 주도 하에 일본이 맹렬한 추격을 벌이고 있고 한국을 비롯한 후발국들의 도전도 거세 국제적인 선점 경쟁이 가장 치열하다. 바이오기술(BT)은 미국이 우세를 보이는 가운데 일본과 유럽이 근소한 격차로 뒤따르는 상태. 나노기술(NT)과 환경기술(ET)도 미국-일본-유럽의 3각 구도가 굳어지는 추세이다.
미국은 신기술 분야의 주도국답게 신기술 R&D에 대한 투자도 공격적이다. 조지 W 부시 미국 대통령이 올해 초 의회에 제출한 2003 회계연도(10월∼내년 9월) 예산안을 보면 기술분야에 대한 예산이 1183억달러로 전년 대비 8.3% 증가했으며 이 중 상당 부분이 신기술 분야에 집중돼 있다.
특히 바이오산업에 대한 투자 규모는 웬만한 나라는 엄두도 못 낼 정도여서 1999년 미국의 연간 바이오산업 투자 110억달러는 유럽 국가 전체를 합친 31억7000만달러의 3배를 넘는 수준이었다.
한때 기술 선두자리를 지키다 IT 부문에서 미국 등에 뒤진 데 대해 위기감을 느낀 일본 정부는 지난해 IT BT NT ET 등 4개 분야를 전략적 지원 대상으로 선정, 올해 초 긴축 예산을 편성하면서도 기술지원 예산은 1조1774억엔으로 5.8% 늘렸다.
정부 산하에 별도로 IT전략본부를 두고 ‘e-Japan 2002 프로그램’을 추진 중이다. 이 프로젝트는 2005년까지 4000만 가구에 초고속통신망을 깔고 기술인력을 집중 육성해 IT선진국 지위를 확보한다는 내용을 담고 있다.
유럽 국가들은 유럽연합(EU) 차원의 공동 연구를 추진하면서 국가별로도 신산업 원천기술을 확보하기 위한 대규모 프로젝트를 진행하고 있다. 영국 독일 프랑스 등은 BT 분야에서 대학-연구소-기업간 네트워크를 구축하거나 ET기술 개발 자금을 정부가 대폭 지원하는 등 신기술 개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신치영기자 higgledy@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