SBS 드라마 ‘유리구두’(토·일 밤 9·45)에서 얄밉다 못해 경멸스런 연기로 ‘미움’을 한껏 받고 있는 김민선(23). KBS 1 사극 ‘태조 왕건’의 ‘궁예’에 비유될만큼 극악한 캐릭터를 연기하는 그는 같은 시간대 ‘제국의 아침’과 엎치락뒤치락할 만큼 시청자들을 끌어들이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콩쥐팥쥐’ ‘신데렐라’ 등 신분 상승 이야기의 ‘짬뽕’인 이 드라마에서 김민선은 기억상실증에 걸린 제하그룹 회장의 손녀 선우(김현주)를 우연히 데려다 키우는 국밥집 딸 승희로 나온다. 선우가 거부의 가족이라는 사실을 아는 승희는 선우는 이를 기억하지 못하는 점을 ‘기회’로 삼아 제하 그룹의 유산을 상속받기 위한 술수를 부린다.
이로인해 주위로부터 “참으로 못된 역할이다. 어쩜 그럴 수 있느냐”는 핀잔도 듣는다고 김민선이 전한다.
“그렇지만 승희 역할을 하면서 스트레스를 훨훨 털어요. 원래 성격은 활발한데 그동안 얌전한 척 하느라 답답했거든요.”
1997년 잡지 모델로 연예계에 데뷔한 그는 99년 ‘여고괴담-두 번째 이야기’로 스크린에 데뷔, ‘해변으로 가다’(2000년) ‘아프리카’(2001년) 등의 영화에서 얌전한 역할을 주로 맡아 왔다. 그는 “승희가 악독하게 굴수록 주인공 현주 언니가 뜨기 때문에 1석2조의 배역”이라고 말한다. 23살, 이제 갓 소녀 티를 벗은 선머슴같은 이미지이지만 김민선은 의외로 주관이 뚜렷하다.
“누가 승희에게 돌을 던질 수 있겠어요?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은 누구나 하는 일 아닌가요? 내가 그 상황에 처하면 그렇게 안 한다는 보장있나요?”
김민선도 현재 꿈을 이루기 위해 ‘투쟁중’이다. 현재 대학교 1학년 휴학중인 그는 내년에 수능 시험을 봐서 원하는 과에 다시 진학할 것이라고.
“복학할 생각이 없으니까 기사에서 학교 이름은 빼 주세요”라고 똑 부러지게 말하는 그의 말투에서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해’ 맹렬하게 사는 ‘승희’의 에너지가 느껴진다.
나성엽기자 cpu@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