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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張의 전쟁'…은밀한 유혹…술광고전 기선잡기 후끈

입력 | 2002-04-03 17:19:00



요즘 ‘잘 나가는’ 배우가 누구인지를 알아보려면 주요 업체의 광고모델이 누구인지 파악하면 된다. 그런 점에서 후끈 달아오른 소주업계의 광고모델인 ‘장동건 김정은 장나라’는 요즘 최고의 주가를 기록하고 있는 배우임에 틀림없다.

주류업계가 광고전으로 뜨겁다. 대형 모델을 영입한 소주업계뿐만 아니다. ‘영원한 맞수’ 하이트와 OB라거가 치열하게 경쟁하고 있는 맥주업계, 고급 소비자를 공략하는 위스키 업계도 ‘대전’이 벌어지고 있다. 때로는 성적 코드로, 때로는 청량함으로 소비자를 유혹하는 광고전을 보고 있노라면 어느새 손은 냉장고 문을 열고 술을 찾게 된다.

▽빅 모델 대결 소주업계〓진로 두산 보해양조가 최근 각각 김정은 장동건 장나라를 새로 광고모델로 영입했다. 강한 남성 대(對) 귀여운 여성 사이 3파전이라고나 할까.

기선잡기에 나선 것은 진로와 보해양조.

진로는 마약 구설수를 거뜬히 이겨낸 탤런트 김정은을 본격 가동해 특유의 귀엽고 친근한 이미지를 뽐내고 있다. 한국적인 조용한 아름다움으로 접근했던 박주미를 김정은으로 교체해서 소비자와 친밀함을 강조하기 위한 것. ‘이슬만 먹고산다’는 카피를 앞세우고 있다.

보해는 얼마 전 신제품인 ‘잎새주’를 내놓으면서 잎새주 이미지와 가장 잘 어울리는 것으로 조사된 가수 겸 탤런트 장나라를 모델로 기용했다. 보해는 새 제품이 타사 제품과 달리 20대 초반을 겨냥한 것이라 장나라의 미니콘서트나 팬사인회 등 이벤트에도 적극 참여하고 있다. 특히 ‘장나라 효과’로 잎새주가 자리잡고 있다고 보고 6개월 단발이던 광고계약을 1년으로 늘렸다.

두산은 ‘남성미’를 앞세우고 있다. 부드러우면서도 강한 눈빛을 가진 배우로 평가받고 있는 장동건을 내세워 ‘정통 주당파(酒黨派)’를 공략하고 있다. 1년 동안 장동건 광고를 집중 선보여 소주시장 점유율을 20%로 끌어올릴 계획.

한편 진로는 중국시장 공략을 위해 ‘한류(韓流)’ 열풍의 맨 앞에 서있는 안재욱을 모델로 영입하기도 했다.

하이트프라임맥주 광고

▽시원함으로 승부하는 맥주업계〓‘TV에서는 월드컵 경기가 한창 중계방송 되고 있다. 한 바에 자리잡은 대여섯 명의 젊은이가 맥주를 마시며 경기에 빠져든다. 골이 터지는 순간 바 전체가 축제 분위기에 휩싸이고 TV를 보던 남자들은 파도를 타며 맥주를 들이켠다.’

OB라거는 이처럼 5월부터 열릴 월드컵 경기와 맥주를 연관시켰다. OB는 CF와 연계한 ‘월드컵 게임’ ‘파도타기 응원대전’ 이벤트를 마련해 축구 티셔츠, OB라거 한 박스, 휴대용 액정 TV, 소니의 디지털 카메라 등을 경품으로 내걸기도 했다.

하이트는 신호등을 앞세워 강렬한 인상을 남기고 있다. 맥주를 가장 맛있게 즐기기에 적당한 온도를 알려준다는 하이트의 광고는 ‘좋은 술이니까 그냥 마셔’가 아니라 ‘좋은 술을 제대로 즐기는 방법’에 대해 일러주는 셈이다. 하이트는 병 뒷면 라벨에 가장 맛있는 온도인 7도가 되면 푸른색이 나타나는 특수인쇄를 넣었다.

또 하이트는 신제품인 하이트프라임맥주 용으로 황금빛 보리밭을 말 탄 전령들이 가로지르는 ‘영화같은 화면’을 내보내며 시선을 끌고 있다.

카스맥주는 ‘톡 쏘는 맛’을 키워드로 삼아 젊은이의 도전정신을 강조하는 광고를 이어갈 계획이다.

씨그램코리아 '윈저' 광고

▽위스키, 무조건 시선을 끌어라〓‘가슴, 허리, 허벅지, 그리고…?’ 프리미엄위스키 ‘윈저’를 팔고있는 씨그램코리아는 성(性)과 술을 연관시키는 전통적 방법으로 남성 소비자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 씨그램은 우크라이나 출신 여성모델에게 검은색 가죽 드레스를 입힌 뒤 앞가슴 부분에 병 모양으로 구멍을 낸 광고를 내보냈다. 이 광고는 2개월 뒤에는 허리, 다음에는 허벅지를 강조하는 식으로 변주되며 ‘은밀한 유혹’을 보내고 있다.

씨그램측은 “광고를 내보낸 뒤 월별 판매실적이 급상승하고 있다”며 “마지막으로 보여줄 신체 부위를 어디로 할지, 병을 눕힐지, 거꾸로 할지 여러모로 고민중”이라고 밝혔다.

“난 비록 이 위스키를 음미할 수 없지만, 이 위스키가 세상에 나올 무렵 난 역사로 남을 것이다”. 밸런타인은 새 제품인 ‘마스터스’를 발매하면서 창시자 조지 밸런타인을 등장시켰다. 마치 고서적의 한 페이지같은 이 장면 속에 진로발렌타인스는 ‘역사’ ‘전통’ ‘권위’ 등을 담았다. 마스터스는 스카치 위스키 최초로 한국에서 첫선을 보이기도 했다.

임페리얼은 위조를 방지하는 ‘자물쇠 마케팅’이 성공을 거두었다고 보고 이어갈 방침이다. 임페리얼은 제품에 속뚜껑을 넣어서 위조술 유통을 차단한 점을 강조하기 위해 술병에 자물쇠를 채운 광고를 내보내왔다.

하임숙 기자 artemes@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