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해 하반기 위스키 시장을 중심으로 불기 시작한 ‘주류 시장의 고급화’ 바람이 올해로 이어지고 있다. 이같은 고급화 바람은 품질을 높여 가격을 올리는 ‘범 프리미엄급 술’들이 새로 등장하거나 판매량이 늘면서 주도하고 있다.
지난해 하반기에는 국내 경기가 충분히 회복되기 전이어서 약간의 ‘이상현상’처럼 느껴졌으나 경기가 살아나면서 ‘올해 주류 시장의 화두는 프리미엄 경쟁’이라는 말이 나돌고 있다.
▽‘프리미엄에서 슈퍼프리미엄으로’〓진로발렌타인스 씨그램코리아 하이스코트 등 3대 메이저 업체들은 고급 위스키의 주종인 12년산 프리미엄 위스키의 주문이 계속 호조를 보이자 판매량을 늘리기 위해 다양한 마케팅 기법을 총동원하고 있다.
연간 시장 규모가 1조원이 넘는 국내 프리미엄 위스키 시장에서는 진로발렌타인스의 ‘임페리얼’, 하이트 맥주 계열사인 하이스코트의 ‘딤플’, 씨그램코리아의 ‘윈저’가 치열한 3파전을 벌이고 있다.
업계에 따르면 프리미엄급 위스키의 지난해 판매량은 전체 위스키 시장의 83.4%를 차지했으며 전년에 비해 16.7% 늘었다. 원액의 숙성연수가 8년 이상인 스탠더드급 위스키가 같은 기간동안 28.7% 줄어든 것과 대조된다.
그러나 지난해 나타난 새로운 현상은 프리미엄급을 월등히 뛰어넘는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의 판매 증가. 슈퍼프리미엄급은 89.1%가 늘어 평균 위스키 시장 성장률 18.9%를 웃돌았다. 아직 전체 위스키 시장에서 차지하는 비율이 9.5%로 낮지만 앞으로 시장 규모가 갈수록 커질 것이라는 전망이다. 진로발렌타인스 관계자는 “이같은 슈퍼프리미엄급 위스키 시장의 확대는 발렌타인 17년산이 큰 역할을 하고 있다”고 말했다.
▽기능성 추가로 프리미엄 시장 만드는 맥주와 소주〓하이트맥주는 지난달 초부터 국내 처음으로 100% 보리로 만든 프리미엄급 맥주 ‘하이트 프라임’을 판매중이다. 전분(옥수수 가루)이 30% 정도 함유된 기존 제품에 비해 거품이 미세하고 맛과 향이 깊은 것이 특징이라고 회사측은 설명한다. 알코올 도수는 4.69도로 가격은 기존 제품보다 15% 정도 비싸 출고가 기준으로 500㎖ 1병에 1100원이다.
소주는 이달중 두산이 송이를 이용한 ‘자연산 송이’를 판매할 예정이어서 ‘프리미엄 소주’ 시장을 넓혀갈 예정. 출고가격이 일반 소주의 3배인 2000원대 후반으로 알려져 일반업소 판매가는 7000원대에 육박해 진로발렌타인스의 ‘레전드’와 더불어 고급소주 시장을 형성할 전망이다. 녹차성분을 이용한 ‘산소주’로 재기에 성공한 두산은 ‘자연산 송이’로 여세를 몰아간다는 계획이다.
이에 맞서 진로도 월드컵 대회 이전에 기능성 소주를 내놓을 것으로 알려졌다. 매실 송이 등 여러 성분을 놓고 테스트 중. 한국 특유의 자연성분을 활용하고 가격도 다소 높게 책정해 ‘월드컵 기념주’로 키운다는 복안이다.
보해양조도 2월 단풍나무 수액을 첨가한 소주 ‘잎새주’ 판매를 시작했으며 롯데칠성음료도 한때 시제품을 생산 판매하다 중단한 ‘한송이’ 소주를 보완해 다시 내놓는 방안을 검토중이다.
한 소주업계 관계자는 “소주가 호주머니가 얇은 샐러리맨들의 술, 서민의 술로 인식되어 왔지만 올해는 ‘프리미엄 소주’ 시장 개척을 위한 업계의 경쟁이 치열할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
구자룡 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