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현(왼쪽)이 떨어뜨린 WS우승 반지를 주운 밥 브렌리 애리조나 감독이 김병현에게 웃으며 건네주고 있다.
경기 전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받고 기분이 날아갈 듯 했을까.
김병현(23·애리조나 다이아몬드백스)이 시즌 첫번째 등판에서 1이닝을 무실점으로 막고 산뜻한 스타트를 끊었다.
3일 뱅크원볼파크에서 열린 미국프로야구 샌디에이고 파드리스와의 홈경기에서 김병현은 9-0으로 앞선 9회 등판, 1이닝 동안 2안타를 맞았으나 삼진 2개를 잡아내며 무실점으로 경기를 마무리지었다. 점수차가 커 세이브는 기록되지 않았다.
첫 타자 랭포드와 스위니를 각각 내야땅볼과 삼진으로 요리한 김병현은 연속 2안타로 2사 1, 2루의 위기에 놓였지만 갠트를 헛스윙 삼진으로 처리해 홈팬의 열광적인 박수를 받았다. 애리조나는 전날 랜디 존슨이 완봉승을 따낸 데 이어 이날 선발투수 커트 실링 역시 7이닝 6안타 무실점을 기록해 지난해 월드시리즈 우승을 이끈 최고의 ‘원투펀치’ 실력을 다시 한번 증명했다.
경기에 앞서 열린 기념행사에서 김병현은 팀 동료들과 함께 영예의 월드시리즈 우승 기념반지를 받았다. 동양인 선수가 월드시리즈 우승반지를 끼게 된 것은 처음. 이 반지는 중앙에 36개의 다이아몬드로 만든 팀로고와 함께 ‘2001월드챔피언’이란 문구, 김병현의 성 ‘KIM’과 등번호 49가 새겨져 있다. 다이아몬드와 18K금으로 만들어졌으며 무게는 56.7g, 가격은 9000달러(약 1200만원).
한국 팬들을 위해 국내 기증 의사를 밝힌 바 있는 김병현은 당분간 이 반지를 끼지 않고 집에 보관한 뒤 귀국 후 한국야구위원회(KBO)나 제주도의 야구박물관에 기증할 계획이다.
한편 지난해 메이저리그 한 시즌 최다홈런(73개) 신기록을 세웠던 배리 본즈(38·샌프란시스코 자이언츠)는 이날 개막전에서 2개의 홈런을 쏘아올리는 괴력을 발휘했다. 3일 다저스타디움에서 열린 LA다저스전에서 본즈는 2회 케빈 브라운으로부터 2점 홈런, 7회엔 오마 달을 상대로 솔로홈런을 빼앗아냈다. 4타수 3안타 5타점.
그는 경기가 끝난 뒤 “출발을 어떻게 하느냐보다는 끝맺음을 어떻게 하느냐가 더 중요하다”며 개막전 2홈런에 대해 큰 의미를 부여하지 않았다. 본즈의 불 방망이가 터진 샌프란시스코가 9-2로 대승. 팔꿈치 수술 후 첫 등판한 다저스 에이스 케빈 브라운은 4이닝 동안 9안타 7실점으로 부진했다.
김상수기자 sso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