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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학]‘이공계 위기론’ 속 서점가에선 “과학아 놀자”

입력 | 2002-04-04 11:29:00


강단의 학문과 출판시장은 어떤 함수관계가 있을까. 지난 몇 년간의 흐름을 보면 ‘역함수’ 관계가 정답인 듯하다. 대학에서 ‘인문학의 위기’를 논할 때 오히려 강단 밖의 철학 강좌에는 사람들이 몰렸다. 그리고 그 여세를 몰아 동서양을 막론한 철학 대중서들이 앞다퉈 출간되었다. 이와 같은 붐의 진원지로는 동양철학의 경우 도올 김용옥을, 서양철학의 경우 최근 떠오른 서양철학계의 스타인 ‘피노키오의 철학’ 시리즈 저자 양운덕씨를 꼽을 수 있다.

마찬가지로 요즘 대학마다 ‘이공계 위기론’이 팽배한 반면, 과학에 대한 일반인의 관심은 꾸준히 높아지고 있다. 과학 교양서의 종수가 늘었다는 것과 10만부 이상 팔리는 스테디셀러가 등장했다는 것이 그 증거다. 지난해 가장 주목받은 ‘정재승의 과학 콘서트’가 과학이라는 이름 아래 다양한 분야를 조금씩 건드려본 종합선물 세트라면, 최근 화제가 되고 있는 ‘엘러건트 유니버스’(브라이언 그린)는 초끈이론이라는 한 주제를 심층적으로 다룬 일품요리다. 최근에는 ‘옥스포드 위대한 과학자 시리즈’처럼 청소년을 겨냥한 과학자들의 전기 출간도 늘고 있다.

그러나 아쉽게도 국내 과학 교양서 목록에는 ‘공학’ 분야가 빠져 있다. 과학의 이론이나 역사적 접근에 치우쳐 정작 우리의 삶을 바꿔놓는 첨단기술 분야가 미개척 분야로 남은 것이다. 지난해 10월 한국공학한림원(이기준 회장)이 1억원의 출판 지원금을 내놓고 ‘대중을 위한 공학 시리즈’를 출간하기로 한 것은 그 틈새를 메우기 위해서다. 그 첫 결실은 ‘나노기술이 미래를 바꾼다’(김영사 펴냄)다. 과학칼럼니스트 이인식씨가 대표 필자로 나선 이 책은 21세기의 한국을 먹여 살릴 기술로 꼽히는 나노(10억분의 1)의 기본 개념부터 현재 나노기술 개발 상황, 나노기술이 인류의 미래에 끼칠 영향 등을 일목요연하게 정리한 책이다. 국내외 최고의 나노 전문가들이 집필한 나노기술의 모든 것이라고 생각하면 된다. 앞으로 이 시리즈로는 ‘21세기를 지배하는 10대 공학 기술’ ‘세계가 놀란 한국 반도체산업 발전사’ 등을 펴낼 계획이다. 이공계 기피 현상을 놓고 남 탓만 할 게 아니라, 과학자들은 다음 세대가 과학 분야에 관심을 갖도록 적극적으로 나설 필요가 있다. 과학 교양서의 출간은 시대적 요청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