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울 강남역 부근 '차이니즈투고'
동네 중국집과 고급 호텔로 양분됐던 중국음식점의 틀이 최근 2, 3년새 크게 바뀌고 있다.
테이크 아웃, 패밀리레스토랑 등 미국식 프랜차이즈식당의 운영방식을 빌려 오되 동양음식의 강점인 건강식, 채식 등을 적극적으로 수용해 메뉴로 개발하고 있다.
이런 신개념 중국음식점은 ‘철가방’형 중국음식점과 고급레스토랑인 호텔 중식당 사이의 거대한 틈새시장을 빠르게 메워 나가고 있다.
소비자들도 이런 변화에 빠르게 길들여져가는 추세. 자장면처럼
‘한국화된 중국요리’에는 식상해졌지만 그렇다고 호텔 중식당을 찾기는 부담스러운 이들에게 ‘신개념 중국음식’은 받아들일 수 있을만한 가격선에 색다른 메뉴, 서구화된 서비스로 강하게 어필하고 있기 때문이다.
테이크 아웃용으로 포장된 중국요리
●‘테이크 아웃(take out)’형
국내에서 가로 15㎝, 세로10㎝, 높이 15㎝의 작은 사각형 종이상자에 중국식 테이크 아웃 음식을 담아 팔기 시작한 것은 불과 2∼3년 전.
1999년 11월, ‘아메리칸 차이니스 푸드’라는 슬로건을 내걸고 테이크아웃 시스템을 도입한 ‘푸이 익스프레스(www.fuyi.co.kr)’는 2년새 서울 압구정동과 양재동 일대에 4개의 매장을 추가로 열었다. 고기, 야채, 각종 해산물을 밥 또는 중국 전통면 ‘로멘’과 함께 조리한 테이크아웃 요리를 1인분에 4000∼5000원대에 팔고 있다. 주고객은 20대. 패스트푸드에 익숙하지만 햄버거, 프라이드치킨에 질린 젊은 고객들의 입맛을 끌어당겼다.
미국 뉴욕의 맨해튼과 뉴저지주 등에서 20년간 경력을 쌓은 홍콩계 미국인 주방장 지미 웡을 영입한 차이니즈투고(Chinez 2 go·02-567-7027)도 ‘뉴욕스타일의 차이니즈 패스트푸드’를 선보이고 있다. 웡씨는 “전통적인 쓰촨(四川)음식을 기본으로 삼아 뉴욕인들의 입맛에 맞게 한번 변형하고 매콤하면서도 기름기가 많지 않은 음식을 좋아하는 한국 사람들에 맞게 또 한번 변형했다”고 설명했다. 요리당 5000원 안팎의 가격경쟁력을 무기로 올 상반기에 경기 성남시 분당신도시 오리역 근처, 서울 종로에 매장을 낼 계획이다.
서울 송파구 방이동의 홍콩 요리전문점 ‘미스터 차우’(02-419-4509)도 해물야채볶음면, 완탕수프 등의 요리를 특수압축기를 사용해 두꺼운 랩으로 식지 않게 포장해 준다. 5월 중 서울 코리아나호텔에 분점을 낸다.
저지방 고단백 요리 '가리비 매운 소스'
●건강식, 다이어트식인 중국음식?
지난 달 새로 문을 열어 아직 간판조차 달지 못한 서울 중구 소공동의 ‘밍(名) 1956’(02-774-7255)은 입소문으로 알려져 점심시간이면 앉을 자리가 없다. 레스토랑 전문 컨설팅업체에서 근무했던 이 집의 고태영 사장은 “2년 전 이탈리안 레스토랑이 붐을 이뤘다면 이제는 중국식”이라며 “하지만새롭게 고객을 확보하려면 ‘중국식은 느끼한 데다 다이어트의 적이다’는 고정관념부터 깨야 했다”고 말했다. 그래서 이 식당에서는 식물 뿌리의 일종인 ‘짜사이’와 질 좋은 쇠고기 안심을 채썰어 굴 소스로 버무린 8000원대 ‘상하이 덮밥’, 길이가 25㎝에 이르는 왕새우 허리춤에 감자로 만든 얇은 국수를 수십겹 감아 살짝 튀긴 뒤 굴 소스, 마늘 소스와 버무린 왕새우요리(한 마리 1만원) 등을 개발했다. 걸쭉한 녹말 소스 대신 깔끔한 간장 소스를 주로 이용한다는 것도 특화전략 가운데 하나. 대부분의 요리가 매콤 달콤하고 혀에 기름막을 두르는 듯한 중국음식 특유의 느끼한 뒷맛이 없다.
서울 강남구 논현동의 대형중식당 ‘타이타닉’(02-3444-1010)은 개업 3개월 만에 9000원짜리 ‘불탕면’으로 확실히 입소문을 냈다. ‘불탕면’은 최고급 보양식으로 꼽히는 불도장(佛跳牆) 재료에서 잉어부레 같은 희귀한 재료를 뺀 대신 송이버섯과 해물을 듬뿍 넣어 수타면과 함께 끓여내는 것. 40대 이상에 인기다.
리츠칼튼호텔 중식당 ‘취홍’(02-3451-8273)에서도 5가지 허브, 꽃잎, 해산물을 주재료로 담백한 중국요리를 선보였다. 서울 강남구 역삼동 LG강남타워 중식당 ‘케세이 호’(02-2005-1003,4)에서도 “두릅을 곁들인 봄나물 요리를 해달라” “담백한 가리비찜을 만들어 달라”는 등 별도의 건강식을 주문하는 고객을 위해 보양식을 개발하고 있다.
미국식 레스토랑과 흡사한 중식당
●패밀리레스토랑형
아직까지 가족과 함께 중국요리를 먹으려면 중국집 전화번호 일곱 또는 여덟 자리를 꼭꼭 눌러 배달해 먹는 것이 제일이라고 생각하는 사람들이 있다. 하지만 분위기 좋은 중식 패밀리레스토랑이 속속 문을 열고 있다.
2월 경기 고양시 일산 롯데백화점 근처에 생긴 ‘와즐’(031-904-5454)은 식사 공간 한편에 유아용 놀이방을 마련하고 전담 보모를 두었다. 식사를 하면서 아이들이 노는 모습을 지켜볼 수 있도록 식당과 놀이방 사이를 유리벽으로 처리했다. 놀이방 안에는 볼풀과 대형비디오 모니터가 마련돼 있다.
내년에는 미국 뉴욕에, 2003년경에는 중국에 현지인 입맛에 맞는 ‘한국형 중국음식 패밀리레스토랑’을 역수출할 예정이다.
오골계 샤크스핀 사슴힘줄 동충하초 등 고급재료를 넣되 양을 줄인 ‘와즐 불도장’이 1만5000원, 쇠고기상추쌈 1만5000원, 와즐면 1만원이다.
지난해 8월 서울 신촌에 문을 연 ‘엉클 웡스’(02-332-4033) 역시 주문받는 방식 등은 패밀리레스토랑형. 게다가 1인분 개념의 소량 요리를 대거 선보임으로써 밥이나 면이 아닌 요리의 경우도 메뉴당 가격을 1만원 안팎으로 끌어내렸다.
닭고기고추야채볶음, 해물볶음과 오리고기찜, 장어볶음 등 고급 중국요리 전문점에서 접할 수 있는 90여가지의 정통 중국요리를 맛 볼 수 있다. 6월 초순에 서울 청담동에 2호점을 연다.
▼서울 연희동 압구정권 가볼만한 중국요리점
서울시내 중국음식점의 양대 축이라 할 수 있는 연희동권과 압구정동권.
힘있는 한자 간판이 있는 곳은 연희동권, 멀끔한 영문 간판을 사용한 곳은 압구정동권인 경우가 많다. 연희동권은 중국 본토에서 맛 볼 수 있는 ‘정통 차이니스 푸드’, 압구정동권은 다국적 양념과 소스가 합쳐진 ‘아메리칸 차이니스 푸드’를 주로 판매하고 있다.
●연희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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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려한 전가복과 칠리새우
걸리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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누룽지탕과 해삼삼겹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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흥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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물만두와 굴짬뽕
●압구정동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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드 마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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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현진 기자 bright@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