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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영화메카’ 할리우드 영화(榮華) 사라져간다

입력 | 2002-04-04 17:50:00


디지털 기술의 비약적인 발전과 세계화의 물결 속에서 그동안 세계 영화제작 산업의 ‘메카’로 군림해온 미국 할리우드의 위상이 크게 흔들리고 있다.

영국의 경제전문지 파이낸셜타임스는 4일 이제 디지털 기술의 발전으로 어디에서나 영화 ‘후반 작업’을 할 수 있는 여건이 마련되면서 상대적으로 제작비가 많이 드는 할리우드에서의 영화 제작이 급격히 줄고 있다며 이렇게 전했다. 영화 ‘후반 작업’이란 영화 촬영을 마친 뒤 필름 편집이나 음향과 음악 등을 필름에 씌우는 사운드 작업 등을 총칭한다.

▽위기의 할리우드〓올해 아카데미상 시상식은 할리우드의 위기를 단적으로 보여줬다. 최우수 작품상 후보에 오른 다섯 작품 가운데 단 한 편도 할리우드에서 제작되지 않았다. 특히 영화 ‘반지의 제왕’은 촬영을 비롯해 대부분의 작업이 뉴질랜드에서 이뤄졌으며 사운드트랙 작업은 영국 런던에서 이뤄졌다.

이 영화 제작사인 ‘파인 라인 피처스’의 마크 오데스키 최고 경영자는 “뉴질랜드에서도 얼마든지 가능한데 굳이 할리우드를 고집할 필요가 있느냐”고 말했다.

영화 제작편수가 줄어들면서 할리우드 산업 규모도 급격히 축소되고 있을 뿐만 아니라 인력 구조마저 바뀌고 있다. 지난해 할리우드는 영화 산업 전체 인력의 12%에 해당하는 1만7000명이 감소했는데 이는 이전 3년 동안 줄어든 수의 8배에 해당한다.

이 때문에 할리우드에서는 영화 제작 일선의 실무인력은 줄어들고 영화 기획과 관리 행정 등에 종사하는 고급인력의 비중은 상대적으로 늘어나는 기현상을 빚고 있다.

또 할리우드 영화사들의 제작비 대비 연평균 수익률은 1∼2%에 불과해 수년 내에 영화 제작비를 확보하는 데 큰 어려움을 겪을 것으로 전문가들은 내다보고 있다. 이미 주요 영화사들은 사운드 작업을 하는 스튜디오 등을 처분하면서 몸짓 줄이기에 나서고 있으며 장기적으로는 영화 제작보다는 영화 배급 등으로 눈길을 돌리고 있다.

▽“영화산업의 실리콘밸리로”〓이러한 변화 속에서 할리우드의 미래 모습이 어떻게 될 것인지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일부는 유럽이나 아시아 국가들처럼 정부가 정책적으로 영화산업을 지원해야 한다고 주장하기도 한다.

또 다른 한편에서는 할리우드가 로스앤젤레스 지역 의류산업의 전철을 밟을 것으로 내다보기도 한다. 과거 로스앤젤레스의 의류산업은 해외의 값싼 노동력에 밀려 사양길에 접어들었으나 최근 세계 패션 디자인의 중심으로 거듭나고 있다.

UCLA의 세계화와 정책연구센터 앨런 스콧 소장은 “할리우드는 앞으로 영화의 독창성을 좌우하는 시나리오, 기획 등의 핵심 분야에 역량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며 “‘영화산업의 실리콘밸리’로 거듭 나는 것, 그게 바로 할리우드의 미래이며 희망”이라고 말했다.

김성규기자 kims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