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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랍권 반미-반유대 시위 급속 확산

입력 | 2002-04-04 18:14:00



《“오사마 빈 라덴이 9·11테러를 통해 기도했던 끔찍한 재앙이 지금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간 분쟁을 통해 현실로 다가오고 있다. 그것은 테러와 보복, 그리고 이어지는 피의 악순환이 이슬람권과 기독교권의 ‘문명 충돌’로 번져 나가는 악몽의 시나리오다….” 뉴욕타임스의 중동문제 칼럼니스트 토머스 프리드먼은 3일자 칼럼에서 이-팔 간 유혈분쟁이 전체 아랍권 대 미국-이스라엘의 대립으로 비화되는 징후를 드러내고 있다며 이 같은 우려를 나타냈다.》

▽외교 및 군사적 충돌 확산〓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대공세 이후 아랍 각국과 이스라엘의 관계는 최악의 상황으로 치닫고 있다.

이집트는 3일 팔레스타인 문제 해결에 도움이 되는 외교적 접촉을 제외한 모든 대 이스라엘 접촉을 중단하겠다고 선언했으며 요르단도 외교관계 축소를 검토하고 있다. 리비아는 최근 아랍정상회담에서 채택된 대 이스라엘 평화제의를 철회할 것을 촉구했으며 알리 살레 예멘 대통령도 이스라엘의 팔레스타인 공격에 대해 반발하고 있다.

이 같은 분위기를 틈타 이라크는 미국에 대한 석유 수출 금지를 주장하고 팔레스타인 자폭 테러범 유족들에 대한 지원을 늘리면서 반미, 반이스라엘 정서를 부추기고 있다. 레바논 남부에서는 2일과 3일 이슬람 과격단체 헤즈볼라와 이스라엘간의 무력 충돌이 발생해 무력 충돌이 인접 국가로 확산될 우려도 커지고 있다.

이런 가운데 6일 이집트 수도 카이로에서 열리는 아랍연맹 외무장관 회담에서는 미국 주도의 대테러 전쟁 협조 거부 및 팔레스타인 지원 방안 등이 논의될 것으로 알려져 긴장감을 더하고 있다.

▽반미, 반유대인 정서 급속 확산〓이 같은 사태 악화의 주원인은 아랍권 주민들 사이에 반미, 반이스라엘 정서가 급속히 확산되고 있기 때문. 최근 아랍 각국에서 봇물처럼 터져 나온 대규모 시위가 이를 잘 보여준다.

2일 이집트에서 벌어진 대학생들의 시위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에 죽음을’이라는 구호가 나왔고, 바레인에서는 학생 2000여명이 “미국이 이스라엘만 편들고 있다”며 미국대사관 폐쇄를 요구했다. 요르단에서는 각료 6명이 노조와 야당이 이끄는 팔레스타인 지지 시위에 동참하는 초유의 사태가 빚어지기도 했다.

사우디아라비아의 영자지 아랍뉴스는 최근 “전체 아랍권의 대이스라엘 전면전만이 유일한 해결책이라는 강경론이 득세하고 있다”며 “미국과 이스라엘을 향한 이슬람권의 분노가 이처럼 큰 적은 없었다”고 전했다.

영국의 파이낸셜타임스지는 4일 아랍내 강경론의 확산으로 역내 온건 성향 국가들의 입지가 점차 좁아지고 있으며 곳곳에서 ‘빈 라덴주의자’를 자처하는 이들이 목소리를 높이고 있다고 전했다.

선대인기자 eodls@donga.com

곽민영기자 havefun@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