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가 탄생한 베들레헴으로 가는 길은 멀고 험하다. 전라남도와 비슷한 크기의 작은 나라 이스라엘. 공항이 있는 텔아비브에서 1시간 남짓 걸리는 곳. 지리적인 거리는 별 게 아니지만 얽히고설킨 사연들이 여행객을 피곤하게 만든다. 베들레헴에 들어서려면 철조망이 쳐진 이스라엘 검문소를 통과해야 한다. 나중에 아랍권을 방문하려면 여권에 이스라엘 입국 스탬프가 찍히는 것도 피해야 할 사항이다. 기독교 신자들은 성지(聖地) 베들레헴을 이슬람교도인 팔레스타인인들이 장악하고 있다는 사실을 깨닫고는 탄식을 터뜨린다.
▷크리스마스 시즌도 아닌데 세계의 이목이 베들레헴으로 집중되고 있다. 이스라엘군에게 쫓긴 팔레스타인인 수백명이 베들레헴에 있는 ‘예수탄생교회’로 들어가 머물고 있기 때문.이슬람교도가 유대교도의 공격을 피해 그리스정교가 관리하는 기독교 성지로 피신한 것이다. 기원전(紀元前)부터 시작된 이스라엘과 팔레스타인의 분쟁을 요약해서 보여준다고나 할까. 이보다 상황이 더 복잡할 수는 없다. 팔레스타인인들은 무기를 버리고 교회로 들어갔고 이스라엘군은 탱크를 동원해 교회 주변을 봉쇄했다.
▷성경에는 아기 예수가 마구간에서 태어났다고 기록돼 있다. 기독교 신자들이 그 마구간이 있었다고 믿는 곳에 세운 교회가 바로 예수탄생교회다. 교회 입구는 높이 1.2m에 한 사람이 겨우 드나들 정도로 좁다. 12세기 십자군 전쟁을 하던 기독교도들이 거룩한 곳에 말을 타고 들어가는 것을 막고 왕과 귀족을 포함해 누구나 머리를 숙이고 들어가라고 ‘좁고 낮은’ 문으로 고쳤다고 한다. 교회 지하층에는 대리석이 깔린 작은 동굴이 있고 동굴 바닥에 ‘베들레헴의 별’로 불리는 별 모양의 은장식이 놓여 있다. 그곳이 예수가 탄생한 말구유가 있던 지점이라고 한다.
▷이스라엘군이 예수탄생교회를 봉쇄한 것은 처음이다. 수단 방법을 가리지 않고 ‘과격파 팔레스타인인 사냥’을 계속하겠다는 뜻인 것 같아 걱정스럽다. 하지만 예수탄생교회 측도 만만치 않아 “우리는 팔레스타인인에게나 이스라엘인에게나 똑같이 피난처를 제공할 의무가 있다”며 이스라엘군에 맞서고 있다고 한다. 기독교 신자가 아니더라도 머리를 숙인 겸손한 자세로 들어가 한 번쯤 낮고 천한 말구유에서 태어난 예수를 생각하게 하는 예수탄생교회. 이스라엘군은 그곳을 단순한 돌덩어리로 보고 있는 것은 아닌지 착잡하다.
방형남 논설위원 hnbha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