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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해외화제도서/파리에서]파리의 다양한 매력 '파리와시인'

입력 | 2002-04-05 17:38:00


◇파리와 시인/아잔출판사/2001

‘책의 향기’ 지면에 이미 보도됐다시피, 최근 파리 시민들은 새봄이 오는 길목에 열린 파리 국제도서전(3월22일∼3월 27일)을 맞아, 1 년만에 다시 찾아온 ‘책의 향연’을 마음껏 즐겼다. 2년 연속으로 국내 도서시장이 5%나 성장했고, 지난해만도 약 5만 부 이상의 새책이 출판되는 신기록을 세운 프랑스 출판사들과 서점들은 말 그대로 축제 분위기에 젖어 있는 것 같다. 책에 대한 관심이 높아져서일까, 파리 서점가를 찾는 인파도 보통 때보다 훨씬 북적대는 것처럼 느껴졌다.

파리 시내 서점에 들어서면, ‘아름다운 책’이란 뜻의 ‘보 리브르(beaux-livres)’라는 이름이 붙어있는, 꽤나 화려해 보이는 코너가 눈에 들어온다. 이 프랑스 단어는 완전히 굳어진 합성어가 아니라서 사전에도 나오지 않지만, 프랑스 출판계와 서점가에서는 오래 전부터 사용돼온 용어이다.

‘보 리브르’의 단어 합성방식은 ‘미술(美術)’을 뜻하는 ‘보자르(beaux-arts)’의 그것과 똑같다. 18세기 중엽 출연한 ‘보자르(beaux-arts)’란 단어가 ‘기능적인 일반 기술’로부터 분리되어 ‘미를 추구하는 기술’만을 지칭하게 되었듯이, ‘보 리브르’ 역시, 어느 때부터인가 일반 서적과 구별하여 문자 메시지의 전달만으로는 성이 차지 않는 듯한 예술서적들을 일컫기 위해 사용하기 시작한 것이 아닌가 짐작된다. ‘사진, 그림 등의 시각 이미지로 책의 안팎이 아름답게 장식된 예술서적’으로 대략 정의할 수 있는 이 ‘미서(美書)’들은 상당히 고가여서, 주머니 사정이 넉넉지 못한 파리지엥들은 선뜻 집어들지 못하고, 연말연시 혹은 특별한 날을 기다려, 소중한 사람을 위한 ‘선물용’으로 구입하는 경향이 있다.

이러한 ‘미서’들이 자주 다루는 단골 소재 중 하나가 바로 문화의 도시 ‘파리’이다. 2000년 판에 이어 지난해 새로 출간된 ‘파리와 시인’은 19세기, 20세기의 주요 시인들과 사진작가의 시각을 통해 투영된 ‘파리’란 도시의 다양한 매력을 잔잔하게 소개해주는, ‘미서 중의 백미’이다. 한편엔 보들레르, 프레베르, 네르발, 아라공, 브르통 등 시인들의 파리가 있고, 다른 한편엔 나다르, 브라사이, 드와노의 주옥같은 흑백사진들이 있다. 파리의 야경, 공원과 산책로, 공중에서 내려다본 지붕들, 세느강변 카페와 골목길, 연인들, 마침내 파리의 혁명과 현대적 모습이 서로 어지럽게 교차한다.

독자들은 이 책의 시와 사진들 속에서 ‘지난 두 세기 동안 퇴적된 신화의 흔적들’을 이리저리 더듬으며, 어느덧 파리의 숨겨진 내면 속으로 깊숙이 빠져들어 간다. 짧은 방문일정 에 쫓겨, 파리의 정형화된 이미지만을 갖고 돌아가기 쉬운 여행객들에게 권하고 싶은 ‘아름다운 책’이다.

임준서 프랑스LADL자연어 처리연구소 연구원 joonseo@worldonline.f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