반도체 D램 가격의 불확실성은 한국경제의 주요 불안요인으로 꼽힌다. D램 값이 오르면 수출과 기업실적이 크게 개선되는 반면, 떨어지면 경제 전반이 침체한다.
지난해 말부터 숨가쁜 상승세를 이어온 D램 가격이 최근 다시 하락세로 반전하면서 우려가 커지고 있다. 현물시장 가격 하락이 장기 공급가까지 떨어뜨리는 형국이다.
하이닉스반도체의 생산원가를 위협할 가능성도 점차 높아지고 있다.
전자상거래를 통해 D램 제품을 중개하는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지난 주말 아시아현물시장에서 128메가SD램(PC 133㎒)은 개당 평균 3.46달러에 거래를 마쳤다. 지난달 5일 개당 4.38달러까지 올랐던 것에 비하면 21%나 폭락한 셈이다.
현물가격이 이처럼 떨어지자 지난해 말부터 7차례나 연속 인상됐던 기업간 고정거래가격도 하락 압력을 받고 있다.
대만의 커머셜타임스는 최근 마이크론테크놀로지가 5달러 선인 고정거래가를 10%가량 인하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이에 따라 삼성전자와 하이닉스도 조만간 거래가를 인하해 마이크론과 비슷한 가격에 납품할 가능성이 높은 것으로 전망된다.
교보증권 김영준(金泳埈) 애널리스트는 “지난달 말부터 대형 PC업체들이 현물가격 하락을 명분으로 고정거래가 인하를 요구하고 있다”며 “최소한 한 차례 이상 가격인하가 불가피할 전망”이라고 말했다.
D램 고정가격이 4달러 초 중반대까지 떨어져도 PC용 D램 비중이 30%에 불과하고 12인치 웨이퍼 생산라인 가동으로 생산성이 개선되고 있는 삼성전자는 큰 영향을 받지 않는다. 하지만 2년여 동안 연구개발에 투자하지 못한 하이닉스는 수익성 악화의 직격탄을 맞게 될 전망이다.
박정훈기자 sunshad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