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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워 브랜드]네이밍 최고수 박항기 메타브랜딩 대표

입력 | 2002-04-08 17:36:00

박항기 대표


브랜드의 이름은 그냥 지어지는 것이 아니다.

이름만 듣고도 제품의 속성을 짐작할 수 있어야 하며 외우기 쉽고 오랫동안 기억에 남아야 한다. 다른 기업들이 이미 사용한 이름이 아닌지도 챙겨야 한다.

메타브랜딩의 박항기(33) 대표는 국내 브랜드 네이밍(naming) 업계의 최고수로 꼽히는 인물이다.

쌍용자동차의 스포츠유틸리티차량(SUV) ‘렉스턴’, SK의 ‘캐쉬백’, 한국야쿠르트의 ‘산타페’, ㈜대상의 주상복합빌딩 ‘아크로비스타’ 등 그가 만든 브랜드는 손으로 열거하기 힘들 정도로 많다.

브랜드 네이미스트(namist)라는 생소한 분야에서 성공시대를 연 그의 이야기를 들어본다.

-어떻게 네이미스트가 되었나.

“연세대 경영학과에 재학하면서 ‘한글물결’이라는 국어연구 동아리에서 활동했다. 그 때 이름짓기에 재미를 붙였다. 사업성보다는 재미를 쫓아 95년 ‘이름 고을’이라는 네이밍 회사를 만들었다. 지금은 네이밍과 함께 브랜드 컨설팅까지 하는 메타브랜딩을 이끌고 있다.”

-네이미스트로 성공하려면….

“90년대 초의 1세대 네이미스트들은 언어 감각과 재미만으로 이 일을 시작했다. 하지만 요즘 네이미스트들은 브랜드 전략을 개발 운용할 줄 알아야 한다. 마케팅과 상표법에 대한 지식, 상품 디자인 관련 지식, 사회적 트렌드를 좇는 눈 등이 필요하다. 물론 가장 중요한 것은 감각이다. 나는 동화책을 많이 읽는다. 동화책은 인간의 근원적인 감성과 순수성이 녹아 있어 소비자에게 친근한 브랜드를 개발하는데 도움이 된다. 자기 자신과 주변의 모든 것을 ‘한 단어’로 표현해 보는 습관도 필요하다.”

-국내 네이미스트 현황은….

“국내 네이미스트의 수는 약 100∼300명 정도이다. 네이미스트가 되기 위한 특별한 자격증도 없고 프리랜서들이 많아 정확한 숫자는 알 수 없다. 네이밍 업체들이 정식 채용한 네이미스트 직원은 10여명 정도이고 대개 프리랜서 네이미스트들을 많이 활용한다. 꾸준히 프로젝트에 참가하는 프리랜서는 수십명 선이다. 이들의 보수는 천차만별이다. 정식 채용된 네이미스트는 대기업 사원 정도의 보수를 받는다. 브랜드 시장이 커지고 관련기업간의 스카우트 경쟁, 스타 네이미스트 탄생 등이 일어나면 몸값은 높아질 것이다.”

-기억에 남는 이름은….

“어린이 방송프로그램 ‘꼬꼬마 텔레토비’의 제목과 주인공 보라돌이 뚜비 나나 뽀의 이름에 제일 애착이 간다. 아이들이 어려서부터 외국 이름(텔레토비는 영국 BBC가 제작)에 익숙해지면 안 된다는 방송사 프로듀서의 부탁이 너무나 인상적이어서 무료로 지어줬다.”

-브랜드에 대한 국내 기업들의 인식 수준은 어느 정도인가.

“아직도 한국 기업들은 제품을 팔기 위해 신규 브랜드를 만들어내는 방식에 젖어있다. 브랜드 개발과 관리는 단순히 상품 한두 개를 파는 것이 아니라 고객과의 지속적인 우호관계를 유지하는 차원에서 이뤄져야 한다. 중국 시장이 중요하다는 것을 알면서도 중국어 브랜드 개발에 소홀한 기업들의 시각도 아쉽다.”

-브랜드 관련업체의 전망은 어떤가.

“지난해 국내 브랜드 관련 시장은 130억원 정도의 규모였다. 매년 20% 가까이 성장하는 추세다. 과거 사내 마케팅팀이나 광고회사를 통해 브랜드를 개발하던 기업들이 점차 전문 회사를 찾고 있다. 수년 내에 해외로 진출하는 네이밍 업체들도 있을 것이다.”

최호원기자 bestiger@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