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백남준 미술관 생긴다…경기 용인시에 11월 착공

입력 | 2002-04-08 18:18:00


'비디오 아트’의 창시자이자 ‘비디오 아트의 미켈란젤로’인 비디오아티스트 백남준(70)의 작품 세계와 예술혼을 만날 수 있는 ‘백남준 미술관’이 세계 최초로 경기 용인시에 생긴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경기 용인시 기흥읍 상갈리 경기도박물관 옆 3만4000여평 부지에 2004년 완공을 목표로 백남준미술관을 건립하기로 했다.

임창렬 경기도지사는 8일 “최근 미국 마이애미에서 백남준씨와 미술관 건립 및 작품 인수 등에 관한 계약을 체결했으며 현상 설계를 마치는대로 11월경 공사에 착수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미술관 명칭은 잠정적으로 ‘경기도 백남준 미술관(Nam June Paik Museum at Kyonggido)’으로 정해졌다.

백남준의 작품을 전시하게 되지만 단순한 전시 공간의 차원을 넘어선다. 백남준의 작업실을 재현해 그의 예술창작 과정을 보여주고 동시에 백남준이 20세기 예술사에 끼친 영향과 문화사적 의미 등에 관해 연구함으로써 ‘전시장(gallery)’을 넘어 ‘미술관(museum)’의 역할을 하게된다.

백남준의 레이저작품 '삼원소(삼각형)'

경기도는 이를 위해 우선 백남준의 레이저작품 3점, 비디오작품 13점, 드로잉 31점, 회화 11점 등 58점을 인수했다. 구입가는 총 520만달러(약 67억원). 레이저 작품은 프리즘에 의해 분산된 레이저 광선이 모터와 거울에 의해 다시 연속적으로 반사되는 원리를 이용한 ‘삼원소’ 등이 있고 비디오 작품으로는 ‘TV 물고기’ ‘TV 시계’ ‘파티시페이션 TV’ 등이 포함돼 있다.

작품 못지 않게 눈길을 끄는 것은 백남준의 뉴욕 브룸 스튜디오 일부를 그대로 재현하기로 한 점. 백남준이 직접 작업에 사용했던 각종 연장과 도구 미술재료 및 개인 용품을 전시한다.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이 공간이 미술관에서 가장 생동감 넘치고 독특한 공간이 될 것”이라고 기대했다. 백남준의 창의성과 예술에 대한 열정, 작업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줌으로써 감동의 공간이 될 수 있다는 것이다.

경기도가 백남준 미술관 건립을 본격적으로 추진한 시기는 지난해 11월. 서울에서 태어난 백남준은 경기 의정부시가 선대(先代)의 고향이자 선산(先山)이 있으며 자신이 수원(水原)백씨라는 인연을 회고하며 흔쾌히 동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백남준미술관에 재현될 백남준의 뉴욕 브룸스튜디오

경기도와 경기문화재단은 곧 미술관 설계 아이디어 공모에 들어갈 예정. 아이디어 공모 당선자를 복수로 선정한 뒤 백남준과 이들 당선자가 함께 의견을 교환하면서 공동으로 설계를 진행하게 된다.

아직 규모나 형태는 결정되지 않았지만 일단 2000여평 규모가 될 것으로 경기문화재단 관계자는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총 공사비는 진행과정에서 달라질 수 있으므로 지금 밝힐 단계가 아니다”고 말했다. 설계는 6개월 이내에 완료하고 11월경 공사에 들어간다.

경기도는 백남준 미술관 건립을 계기로 인근 경기도박물관 용인민속촌 도립국악당(건립예정)을 묶는 문화벨트가 형성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또 ‘TV가든’ ‘TV부처’ 등 백남준의 작품을 추가 구입하고 백남준 관련 국제심포지엄 개최, 백남준 다큐멘터리 제작, 특별 기획전 개최 등을 통해 국제적인 미술 문화의 중심지로 만들어나가겠다는 계획이다.

▼전시장 100평 정도 비워두면 특별한 구상 실현해 보일터"

백남준이 직접 쓴 미술관 현판글씨 (이 중에서 필요한 글자를 골라 백남준미술관 현판을 제작하게 된다)

“한국에, 그것도 선대의 고향인 경기도에 미술관이 생긴다니 정말로 여한이 없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와서 미술과 문화를 즐기고 서로 나누는 곳이 되길 바랍니다. 그리고 ‘백남준 미술관’이 돈을 많이 버는 미술관이었으면 더 좋겠습니다. 돈이 벌려야 사람들이 더 좋아할테니까요.

미술관을 건립해주는 것에 대한 감사의 뜻으로 ‘개평’이라는 것도 있음을 생각합니다(추후 다른 작품을 기증할 수 있다는 뜻). 미술관에 현판에 사용할 글씨는 제가 제가 직접 썼습니다. 필요한 글자를 골라 사용하기 바랍니다.

이제 건축가와 함께 설계를 해야 합니다. 설계자는 특별히 뛰어난 사람일 필요는 없지만 저와 대화가 통해야 하고 의식이 열려 있어야 합니다. 정보화 시대의 흐름을 파악하고 있어야 하고 컴퓨터를 잘 알아야 합니다. 2000년 저의 구겐하임미술관 전시를 본 사람, 퍼포먼스를 이해하는 사람이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합니다. 건축 설계 과정 자체가 하나의 세기적인 이벤트가 될 수도 있을 겁니다.

그리고 미술관 전시장의 100평 정도는 비워두시길 바랍니다. 저의 특별한 구상을 그 공간에서 실현하고 싶습니다.”

이광표기자 kplee@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