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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늘의 이슈]與 경선구도 중대국면…이인제,DJ공격 개시

입력 | 2002-04-09 00:47:00


민주당 이인제(李仁濟) 후보가 김대중(金大中) 대통령과의 차별화 행보에 속도를 내고 있다.

이 후보는 8일 오전 참모회의에서 “경선 과정에서 노무현(盧武鉉) 후보는 김 대통령의 꼭두각시로 비쳐져 영남에서 득표하기 어렵다”고 말한 것으로 알려졌다. 그동안 이 후보측이 제기했던 ‘음모론→정계개편론→색깔론→언론관 공세’에 이어 ‘노무현〓김대중’ 이미지 심기 수순을 밟고 있는 모습이다.

이 후보의 이 같은 공세는 김 대통령이나 노 후보와의 결별을 위한 수순이 아니냐는 관측을 낳고 있다. 이 후보 캠프 내에선 요즘 “이제 승부는 떠났다”는 얘기를 자주 들을 수 있다.

당 총재직을 사퇴하긴 했지만 민주당 내에는 여전히 김 대통령의 신봉자들이 적지 않다는 점에서 경선 과정에서 김 대통령을 공격한다는 것부터가 승부에 관심이 없다는 뜻이기도 하다. 물론 이는 경선 이후의 정계개편에 대비하는 것으로 해석되고 있다.

이 후보가 14일로 예정된 전남지역 경선 운동을 포기한 것도 같은 맥락으로 보인다. 이 후보의 한 측근은 “김 대통령의 친위부대인 연청이 이미 경선에 깊숙이 개입해 노 후보를 조직적으로 밀고 있는 마당에 전남을 돌 이유가 뭐가 있느냐”며 “이 후보가 이제 아무것도 거리낄 것이 없다”고 말했다.

이 후보는 노 후보와의 결별 의지도 분명히 드러내고 있다. 이 후보는 8일 라디오 인터뷰를 통해 “그분(노 후보)은 급진좌파 노선을 갖고 있다고 확신하기 때문에 자기 노선을 갖고 가야 하고, 저는 중도개혁노선을 갖고 당에 헌신하고 노력할 것”이라고 말했다.

그는 “노 후보가 대선 후보가 되면 본선에서 지원할 것이냐”는 질문에 “미국 예비경선에서도 존 매케인 후보가 밥 돌 후보에게 진 뒤 지원연설을 하지 않았다. 국민경선제가 국민의 관심을 끄는 데에는 성공했으나 당이 아닌 상대당이나 불순세력에 의해 후보가 결정되는 심각한 상태에 빠져 있다”고 답변했다.

이날 참모회의에 참석한 한 의원은 “이 후보는 급진좌파적 이념을 가진 노 후보가 당의 대선 후보가 됐을 경우 당에 내가 계속 남을 수 있겠느냐는 심각한 고민에 빠져 있다”고 전하기도 했다.

이 후보는 그러나 라디오 인터뷰에서 “우리 당이 중도개혁정당인데 내가 어디를 가겠느냐”고 노 후보가 먼저 움직일 것을 기다리겠다는 취지의 발언을 했다. 그는 “노 후보가 정계개편을 통해 (당에서) 나가야 한다는 말이냐”는 질문엔 “자기 이념과 노선에 따라 기존질서를 허물고 정계개편을 하겠다는 것이니 본인의 선택이다”고 답변했다.

윤영찬기자 yyc11@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