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륵(鷄肋·닭갈비)은 과감히 버려라.”
먹기에는 양이 차지 않고 버리기에는 아깝지만 기업들이 이를 본격적으로 던지기 시작했다.
현대자동차와 기아자동차는 최근 경차(輕車) 생산을 동희산업(자동차부품 생산업체)이라는 중소업체에 맡기는 방안을 추진하고 있다. 이 같은 결정을 내린 이유는 명쾌하다. 경차를 생산해봐야 남는 게 별로 없기 때문. 세계적인 자동차업체로 도약하려면 경차 생산라인을 유지해야 한다는 목소리도 만만찮았지만 목표가 뚜렷했기에 결론 도출은 빨랐다는 것.
아토즈 등 경차를 생산하는 울산공장의 라인은 그 대신 수익성이 높은 중형 이상의 차종을 만드는 라인으로 바꿀 계획이다. ‘돈 되는 분야’를 집중적으로 키우겠다는 포석이다.
김뇌명(金賴明) 기아차 사장은 “경차 조립라인을 수익성 높은 차종의 생산시설로 변경할 경우 수익성 개선에 도움이 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요즘 재계에서는 계륵과 같은 사업부문을 떼내는 작업이 한창이다. 그 대신 돈 되는 사업에 주력한다는 이른 바 ‘선택과 집중’ 전략이 본격화되고 있는 것.
서울대 경영대 주우진(朱尤進) 교수는 “핵심역량에 사력(社力)을 집중시키는 것은 세계적인 추세”라며 “컴팩처럼 생산은 물론 핵심 디자인까지도 외부에서 조달해 경쟁력을 높이는 사례가 초일류기업에서 정착되고 있다”고 말했다.
▽‘포기’도 훌륭한 전략〓삼성전기는 지난해 13개 사업부문을 매각 분사한 데 이어 올해도 개인휴대정보단말기(PDA) 등 3개 사업을 추가로 정리할 계획이다.
이 회사 김명현 부장은 “세계 초일류제품만을 만든다는 방침에 따라 경쟁력이 떨어지는 제품은 앞으로도 과감히 버릴 것”이라고 말했다.
한화는 비(非)핵심사업은 접는다는 원칙에 따라 정보통신 부문의 네트워크 사업을 줄이거나 매각할 계획이다. 한화유통의 비수익점포를 지속적으로 정리한다는 것도 같은 맥락. SKC도 리튬배터리 사업부문의 정리를 추진하고 있다.
종합상사들이 최근 섬유사업에서 잇따라 손을 떼고 있는 것도 ‘선택과 집중’ 전략에서 나왔다. 삼성물산 현대종합상사 등이 지난해 섬유부문을 축소한 데 이어 LG상사도 최근 섬유부문을 분리시켰다.
해운업체와 항공업체들의 비수익 노선 정리는 생존을 위한 불가피한 선택이다.
현대상선은 최근 수익이 크게 나지 않는 노선의 정리작업에 들어갔다.
현대상선 강성국 이사는 “현재 운항 중인 37개 노선 가운데 수익성이 떨어지는 3개 노선을 폐쇄할 계획”이라며 “그 대신 중국 등 물량이 급증하는 항로를 육성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간판도 필요하면 바꾼다〓일부 그룹들은 아예 그룹 이름과 주력 업종까지 바꿀 계획을 세우는 등 환골탈태(換骨奪胎)를 꾀하고 있다.
‘과거’를 더 이상 고집할 필요가 없다는 판단이다.
대한생명 인수를 눈앞에 두고 있는 한화그룹은 금융과 레저 전문그룹으로의 변신을 꾀하고 있다. 한화 정이만(鄭二萬) 상무는 “향후 50년을 내다보고 새로운 성장축을 찾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며 “필요하면 그룹 이름까지도 바꿀 것”이라고 말했다.
술과 식품 등 소비재를 위주로 했던 두산은 일찌감치 산업재 제조그룹으로 변신했다.
두산그룹 김진(金珍) 상무는 “발전 및 담수화 설비 제작을 그룹의 핵심사업으로 정했다”며 “수십년 동안 주력 업종이었던 맥주사업에서 철수한 것과 마찬가지로 수익성이 없는 사업은 언제든지 떼낼 것”이라고 말했다.
삼성경제연구소 김종년(金宗年) 수석연구원은 “외환위기를 넘긴 기업들이 이제는 수익성을 으뜸으로 여기면서 다리품도 안 나오는 것은 떼내는 것이 상책이라고 판단하고 있다”고 말했다.
▽돈 되는 것도 판다〓계륵과 같은 존재만 정리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그림을 그리기 위해서는 돈 되는 것도 판다. 경영의 귀재로 불리던 미국 제너럴 일렉트릭(GE)의 잭 웰치 전 회장은 “세계에서 1, 2위가 아닌 것은 모두 팔거나 폐쇄하라”는 이른 바 ‘1, 2위 전략’으로 파격이 무엇인지를 보여줬다.
살을 도려내는 아픔을 겪은 상당수 기업의 경영실적은 개선됐다. 효성BASF, 한국엔지니어링플라스틱 등 우량계열사를 과감히 팔았던 효성이 한 예로 꼽힌다. 효성이 지금 스판덱스와 타이어코드 등 핵심사업에서 높은 경쟁력을 가진 것도 ‘선택과 집중’에 따른 작품이라는 평가다.
사실 ‘집중화’와 ‘다각화’는 기업에 있어서는 영원한 숙제다. 경영환경에 따라 두 전략의 효율성이 다르다는 얘기다.
현대경제연구원 조홍래(趙洪來) 이사는 “집중화와 다각화 가운데 어느 것이 절대적으로 옳을 수는 없으며 환경변화에 따라 두 가지 중 하나를 선택해야 한다”면서 “한국기업들의 재무구조가 아직 안전한 수준까지 도달하지 못했고 세계시장에서 3위권 내에 드는 제품이 많지 않은 점을 감안하면 지금은 집중화에 주력하는 것이 옳다고 본다”고 말했다.
김동원기자 daviskim@donga.com
잭 웰치 전 GE 회장의 주요 경영전략연도주요 내용1983세계시장 1, 2위가 아닌 사업은 포기→1등 또는 2등 전략1988가장 뛰어난 노하우를 최단기간에 습득하는 최고 실행법(Best Practice)1990부서 간 시너지를 위한 벽 없는 조직 실현1995불량률 관리를 위한 6시그마 운동