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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상중하 릴레이시리즈]포메이션-축구도 숫자놀음?

입력 | 2002-04-09 17:26:00


최근 이용수 대한축구협회 기술위원장은 본보와의 인터뷰에서 의미 심장한 말을 했다. “이제부터는 지난해말 성공을 거뒀던 3-4-3 포메이션으로 복귀할 예정입니다. 올초 미국에서 열린 북중미골드컵대회때 활용했던 3-5-2 포메이션은 본선 라이벌인 미국을 속이기 위한 작전이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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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메이션이 전술 운용의 기본 틀이라는 관점에서 보면 이 말은 확실한 플레이메이커와 골게터를 찾지 못한 한국축구의 고민을 고스란히 함축하고 있다.

거스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으로 취임한 이후 크게 세차례 포메이션 변화를 단행했다. 매 경기 변화가 있긴 했지만 지난해 중반까지의 4-4-2, 연말 3-4-3, 올초 3-5-2 포메이션이 큰 줄거리다.

먼저 네명의 일자 수비라인이 핵심인 4-4-2는 뿌리를 내리지 못했다. 지역, 대인마크 전환때 허점이 자주 노출된데다 수비 조직력을 새로 가다듬기에는 월드컵까지 남은 기간이 짧았다. 미드필드진도 수비 가담력에 비해 공격 전환 속도나 흐름이 매끄럽지 못했다.

결국 히딩크 감독은 지난해 11월 세네갈전부터 과거 네덜란드 프로축구 아약스팀의 기본 포메이션을 원용한 3-4-3을 새로 선보였고 성공을 거뒀다. 한국의 빠른 발을 이용한 측면 공격을 극대화하기 위한 것으로 현재 아르헨티나대표팀도 기본틀로 활용하고 있다. 하지만 아르헨티나가 미드필더를 마름모꼴로 배치, 플레이메이커 베론의 능력을 100% 활용하고 있는데 반해 한국은 중앙 미드필더 2명을 나란히 배치해 수비를 두텁게 한 후 좌우 날개를 활용한 역습에 치중하자는 작전이다.

이 위원장은 올초 이에 대해 “솔직히 월드컵 본선 라이벌중 한국보다 전력이 약한 팀이 없다. 결국 수비에 치중하다 순간 역습으로 승부를 걸 수 밖에 없다. 윤정환 등 패싱 능력이 뛰어나지만 체력이 약한 선수를 선뜻 기용하기 어려운 것도 이같은 구상 때문이다”고 설명했다.

올초 골드컵대회때 활용한 3-5-2는 이위원장 스스로가 인정했듯 실패작으로 끝나고 말았다. 포메이션의 핵심인 플레이메이커 적임자를 찾지 못한데다 투톱 역시 상대 수비라인을 등지고 가운데 버티고만 서있는 포스트플레이어 스타일이었기 때문. 일자로 늘어선 미드필드진도 과거 한국축구 3-5-2 포메이션때와 달리 수비에 초점을 맞춰 시원한 공격 장면조차 실종됐다.

한국축구가 3-4-3으로 복귀하게 되면서 가장 큰 관심은 최전방 공격수 세자리를 누가 차지할 것인가이다. 현재로서는 최전방 원톱에 설기현과 최용수가 유력한 가운데 좌우 날개 자리를 두고 안정환 이천수 최태욱 이동국 차두리가 치열한 경합을 벌이고 있다.

배극인기자 bae2150@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