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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클래식]‘임헌정의 부천필’ 정열과 사색의 好演

입력 | 2002-04-09 18:14:00


서울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각 지방의 11개 오케스트라가 참가하는 2002 교향악축제가 성황리에 열리고 있다(1∼12일). 올해로 14회 째를 맞은 교향악축제는 금년에는 월드컵 개최 도시의 교향악단들과 부천필 및 코리안 심포니를 초청한 것이 특징.

이번 교향악 축제는 특히 협연자 선정에 큰 비중을 두었다. 청중이 원하는 실력있는 젊은 협연자를 대거 포진시킨 것은 예년과 비교해 크게 달라진 점이다. 그러나 지금까지 모든 협연자들이 함께 연주한 오케스트라와 궁합이 잘 맞은 것은 아니었다. 제주시향과 피아니스트 김대진, 부천필과 첼리스트 양성원, 수원시향과 바이올리니스트 양고운은 비교적 호흡이 잘 맞았지만 대구시향과 바이올리니스트 이경선, 서울시향과 피아니스트 김정원, 전주시향과 기타리스트 이병우는 호흡이 어긋나는 경우가 많았다.

협연자 중에서 가장 비범했던 연주자는 피아니스트 김정원이었다. 마르크 에르믈레르가 지휘하는 서울시향과 차이코프스키 피아노 협주곡 1번을 협연한 김정원은 뛰어난 테크닉과 힘, 그리고 설득력 있고 견실한 자기주장을 갖춘 보기 드문 ‘대어’였다. 특히 김정원은 인위적으로 만든 설탕이 아니라 자연스레 체득한 달콤함을 갖고 있는 연주자였다. 또 수원시향과 차이코프스키 바이올린 협주곡을 연주한 양고운의 연주도 호연이었다.

축제 개막 팡파레를 터트린 이동호가 지휘하는 제주시향의 약진은 매우 놀라운 것이었다. 이동호의 성실한 암보 지휘도 돋보였거니와 서귀포 시립관악단과 제주 시립합창단까지 상경해 들려준 의욕 넘치고 성실한 공연은 다른 오케스트라들에게 모범이 된 공연이었다. 특히 오랜 담금질을 느끼게 해 준 하차투리안의 발레 ‘스파르타쿠스’ 발췌곡과 라벨의 발레 ‘다프니스와 클로에’ 제2모음곡을 통해 제주시향은 ‘제주도의 문화적 뒷심’을 보여주었다.

연주의 질에서 가장 높이 평가할 수 있는 오케스트라는 임헌정이 지휘하는 부천필이었다. 슈만 첼로 협주곡에서 첼리스트 양성원과 깊이 있는 음악적 대화를 나눈 지휘자 임헌정은 후반부에서는 정열과 사색을 겸비한 브람스 교향곡 4번을 만들어 냈다.

그러나 박탕 조르다니아가 지휘한 대구시향은 이번 교향악 축제에서 가장 정돈되지 못한 음악의 생산자가 되고 말았다.

장일범·음악평론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