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가 박완서씨가 글을 쓰고 화가 김점선씨가 그린 부채
시인 소설가 평론가 등 문인이 그린 부채(扇) 그림을 한 자리에서 만난다. 13일부터 6월 12일까지 서울 평창동 영인문학관(관장 강인숙)에서 열리는 ‘문인·화가 부채 글·그림 전(展)’. 문인들이 직접 쓰고 그린 부채 80점을 비롯해 서예가 화가 국문학자의 부채 그림, 중국과 일본의 부채 등 모두 160점이 전시된다.
시인 구상 고은 조병화 김춘수 김남조 오세영 장석남 추은희씨와 시조시인 김상옥 최승범 이근배씨, 소설가 한말숙 김승옥 유현종 천승세 최인호 이문열씨, 평론가 이어령 김우종 김화영 김성곤씨, 수필가 전숙희 정연희 박현서씨 등의 부채가 선보인다. 작고한 박종화 김동리 서정주 박두진 오영수씨 등의 체취가 담겨있는 것도 있다.
전통적인 선면화 기법을 따른 작품부터 자유롭게 개성을 표현한 아방가르드적 작품까지 다양한 화법과 서법으로 표현된 부채들이 포함됐다.
‘나에게 말을 몇 필 다오/ 올해의 첫 배가 갖고 싶소/ 아직 태어나지 않은 당신의 말중/ 가장 순결한 말을/ 노한 말을/ 갈기 세운 말을 다오/ 여윈 말도 좋소’.
소설가 김채원이 직접 쓰고 그린 부채
소설가 박완서씨가 부채에 쓴 자작시다.
이번에 전시되는 부채들은 초대 문화부장관을 지낸 이어령씨의 부인인 문학평론가 강인숙 영인문학관장(69)이 1972년부터 수집한 것이다.
강 관장은 “70년대 초 일본 교토에서 열린 전통적인 무용선(舞扇) 전시회를 본 뒤, 고려 때 우리나라에서 처음 만든 쥘부채에 관심을 갖게 됐고 그 후로 30여년에 걸쳐 꾸준히 부채를 모아왔다”고 말했다.
조이영기자 lycho@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