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성일 /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
기관투자가인 투자신탁의 최고경영자(CEO)가 시장상황을 직접적으로 언급하는 것은 적절치 않지만 리서치 전문가들의 객관적인 자료를 종합하면 필자 역시 ‘주가 네자릿수 시대’라는 장및빛 전망에 이의를 달지 않는다.
다만 단순한 주가 1,000시대는 무의미하다. 문제는 1,000시대를 앞둔 우리의 수용 태세이다. 과거 우리 시장은 이미 몇 차례 1,000을 경험한 적이 있다. 그러나 그 1,000은 짧은 순간에 그쳤고 이후 시장은 허망하게 무너지기 일쑤였다. 진정한 주가 1,000시대는 단 한번도 펼쳐지지 않았던 것이다.
지금 우리 시장은 분명 과거와는 다르다. 예전처럼 호들갑스럽게 1,000을 운운하지 않아도 시장은 시장 그 자체로서의 역량을 갖춰가고 있다. 무디스의 한국 국가신용 A등급 상향 조정에서 보듯 시장은 성공적인 구조조정의 성과와 기업 수익성에 근거한 실적위주의 경제논리로 더욱 튼튼한 기반을 쌓아가고 있다. 이제 이러한 환경에 걸맞은 시장 참가자들의 패러다임 변화가 요구되는 시점에까지 이르러 있다.
주가 1,000의 의미는 매우 크고 값진 것이다. 우리 삶의 모든 영역에서 그 수준이 한 단계 도약한다는 지표가 되기 때문이다. 종합주가지수는 흔히 한 국가의 경제는 물론 사회, 문화, 정치 등 모든 분야를 망라하는 척도라고들 말한다. 분명 세자릿수와 네자릿수의 가치는 달라져야 한다. 이는 우리의 모든 관행과 의식, 문화 또한 한 단계 성숙해져야 한다는 것을 뜻한다.
▼애국심 호소 낡은 유물▼
과거처럼 애국심에 호소해 주가를 끌어올리려는 시도는 이미 낡은 시대의 유물이다. 한때의 바람을 일으킨다고 시장분위기가 고조되는 것도 아니다. 주가지수 1,000시대를 열어가기 위해 우리가 진정으로 해야 할 급선무는 시장의 체질을 건강하게 변화시키고 투자문화를 보다 선진화하는 것이다. 이런 준비없이 맞이하는 주가지수 1,000은 과거의 실패했던 증시 역사의 되풀이에 그칠 뿐이다.
그렇다면 시장은 어떻게 변해가야 할 것인가.
먼저 주가 1,000시대가 안착되면 달라질 투자환경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검토가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무엇보다도 앞으로의 투자환경은 노령화에 따른 안정투자의 수요가 증대될 것이다. 또한 ABS, 방카슈랑스, 장외파생상품 등 일반인으로서는 이해하기 어려운 다양한 금융상품이 도입될 것이며 기관투자가의 매매비중이 확대될 것이다. 이는 곧 우리 시장이 장기 분산투자의 길로 나아가야 할 것임을 명시한다.
▼간접투자 기능강화 바람직▼
한편으로는 금리가 안정된 가운데 안정성장 기조가 유지될 것으로 관측되어 내재가치 위주의 장기투자를 통한 주식투자의 비중이 확대될 것이다. 바로 이러한 투자환경에서의 기관투자가 역할은 더욱 커질 수밖에 없다. 이는 곧 단기 투자문화를 중장기 투자문화로 전환시키는 데 필요한 요소이기도 하다. 또한 펀드를 통한 간접투자 기능을 강화함으로써 더 많은 국민이 안정적으로 시장에 참여할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가는 것도 중요하다.
과거와는 다른 주가 1,000의 시대가 다가오고 있다. 이제 각 증권 금융 종사자들은 견실한 투자마인드 확산을 위해 스스로 노력해야 함은 물론 투자자 고객을 위한 신중한 배려에도 한치의 소홀함이 없어야 할 것이다.
다시 한 번 강조한다. 1,000의 시대는 우리에게 재테크 환경의 확대만이 아니라 모든 사고의 틀을 선진적으로 변화할 것을 요구한다. 삶의 질의 향상은 우리 노력 여하에 달려 있다.
홍성일 한국투자신탁증권 사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