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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D노트]'도전! 지구탐험대' 고난의 오지여행 그래도 정글그리워

입력 | 2002-04-10 17:42:00

'도전!지구탐험대'제작진이 페루의 마치겡가 부족을 찾아 카누를 타고 이동하고 있다


‘세상은 넓고 도전은 많다?’

1996년 3월 첫 방송을 시작한 KBS 2TV ‘도전! 지구탐험대’(일 오전 9·40). 이 프로그램에서는 그동안 600여명의 출연자가 120여 나라를 돌며 도전의 땀방울을 흘렸다.

일반 문화체험 프로그램과 달리 오지의 부족을 촬영하는 일은 그들을 찾아가는 일 자체가 고난의 연속이다. 페루 ‘마치겡가’부족의 경우 이들을 찾아가는 여정이 보름이 넘었다. 미국 로스엔젤리스를 거쳐 페루에 도착한 뒤 5일간 경비행기와 배를 번갈아 탄 뒤 도보 행군을 거듭해 일단 정글 앞에 도착했다. 여기서 다시 10일을 정글을 헤치고 들어갔다. 이렇게 고생고생 찾아갔건만, 막상 도착하고 보니 ‘마치겡가’부족은 카메라에 정신이 팔려 정작 촬영하는 데는 관심이 없었다.

촬영 장비를 감췄다. 그리고 부족과 친해지기 위해 아이들과 놀아주고 한국에서 가져간 전통탈 시계 정글칼 등을 선물로 주며 환심을 사기 위해 안간힘을 썼다.

하루는 그들이 제작진을 대접한다며 애벌레를 음식으로 가져왔다. 제작진은 꿀꺽 꿀꺽 애벌레를 삼켰다. 원주민들은 자신들의 호의가 받아들여지자 제작진을 친구로 대하기 시작했다. 이때부터는 카메라 앞에서도 어색해 하지 않으며 촬영에 쉽게 응해줬다.

두꺼운 청바지를 뚫고 피를 빨아먹는 모기떼와 하루에도 수 차례씩 쏟아 붓는 소나기 속에서도 오지 사람을 만나러 갈 때마다 가슴이 뛰는 이유는 경외심을 갖게 하는 자연과 그 속에 살고 있는 너무나도 순박한 사람들이 있기 때문이다.

가끔 시청자들이 “그들도 문명 생활을 하면 편하지 않겠느냐”고 묻는다. 그러나 이들은 자연그대로 남겨 놓는 게 옳은 것 같다. 원시부족 형태로 살아가는 이들을 우리의 잣대로 재서도 안 될 것이다. 그들의 눈에는 오히려 우리가 미개인으로 보일지도 모른다. 그들은 하루 3시간 노동만 하고 나머지 시간은 사교와 문화 생활에 투자한다. 삶에 대한 불평과 원망같은 것은 아예 없다.

벚꽃이 한창인 이 봄, 남미 정글은 가을로 접어들었을 것이다. 하얀 이를 그대로 드러내며 천진난만하게 웃는 ‘마치겡가’ 부족이 그리워진다.

안창헌 KBS ‘도전! 지구탐험대’ P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