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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soccer report]신예 5명 ‘왕자병’ 경계하라

입력 | 2002-04-10 18:17:00


12일 새롭게 축구대표팀에 합류할 최성국 정조국 등 신예 5명을 바라보노라면 먼저 걱정이 앞선다. 내 경험상 대표팀 합류가 ‘발전의 기회’가 될 수도 있지만 ‘선수생활을 조기에 마감하는 악연’이 될 수도 있기 때문이다.

거스 히딩크 한국축구대표팀 감독은 “한국축구의 미래를 위해서”라며 이들을 선발했지만 내가 보기엔 어쩔 수 없는 선택으로 보인다. 해외파의 조기 합류가 불투명한 상태라 일단 국내파로 구성해야 하는데 기존에 선발됐던 선수들을 다시 불러 들여 ‘희망’을 갖게 한뒤 최종 엔트리에서 탈락시키기엔 상당한 부담을 감수해야 하기때문. 따라서 “대표팀 경험을 통해 더욱 발전할 수 있는 기회”라며 유망주를 끼워 넣은 뒤 해외파가 합류하면 “다음 기회에”라며 자연스럽게 빼도 된다는 계산이 작용한 듯 보인다.

물론 최성국과 정조국 등 이번에 합류한 젊은 선수들은 한국축구의 유망주들로 발전 가능성이 아주 높다. 그러나 명심해야 할 것이 있다. 이번 대표팀 합류로 ‘왕자병’에 걸려서는 안된다는 것이다. 히딩크 감독이 말했듯 자신의 축구인생에 있어 좋은 경험으로 생각하고 더욱 정진할 수 있는 기회로 삼아야 할 것이다.

99년말쯤이다. 시드니올림픽대표팀을 맡고 있을 때 고교를 갓 졸업한 뒤 프로에 뛰어들어 두각을 나타내던 한 선수를 대표팀에 발탁했다. 발전가능성도 있었지만 교체멤버로 써도 충분히 자기 몫을 해낼 수 있는 선수였다. 그런데 그 선수는 마치 자기가 대단한 영웅이라도 된 듯이 행동하다가 ‘나쁜 길’로 접어들게 됐다. 주위의 숱한 유혹을 뿌리치지 못하고 훈련보다는 다른 쪽에 관심을 보였다. 결국 대표팀에서 탈락했고 소속팀에서도 제대로 활약하지 못하다 급기야 지난해엔 임의탈퇴 선수로 공시돼 사실상 선수생활을 마감하고 말았다. 한창 뛰어야 할 25세의 나이에 그라운드를 등진 것이다.

고종수(24·수원 삼성)도 비슷한 경우다. 고교 졸업후 프로에 몸담아 ‘슈퍼스타’로 떠오르다 한때 ‘유혹’에 빠질 뻔했다. 그러나 명장 김호 감독의 탁월한 ‘용병술’로 꽃을 계속 피울 수 있게 됐다. 어린 마음을 다잡아 바른 길로 갈 수 있도록 계속 옆에서 지켜보며 채찍과 당근 작전을 쓰며 노력한 결과였다.

대표팀은 한국축구를 대표하는 선수들이 모이는 곳으로 언론 등 모든 스포트라이트를 받는다. 또 갖은 유혹도 함께 온다. 아직 정신적으로 성숙하지 못한 어린 선수들로선 뿌리치기 어려운 유혹이다. 개인적인 노력도 중요하다. 그러나 그들을 진정으로 생각하는 주위의 관심이 더 중요하다.

허정무 본보 축구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