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승팀의 주장에 의해 하늘 높이 올려지고 선수들이 돌아가며 키스세례를 퍼붓는 월드컵 우승 트로피는 영광의 상징물이자 누구나 한번 갖고 싶은 것인 만큼 수난도 많았다.
월드컵 최초의 우승트로피는 줄리메 컵. 월드컵을 탄생시킨 당시 국제축구연맹(FIFA) 줄리메 회장이 기증함으로써 그의 이름을 땄다. 줄리메컵은 높이 30㎝, 무게 약 1.8㎏으로 승리의 여신이 조각되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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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66년 잉글랜드월드컵 개막 3개월전부터 런던 웨스트민스터사원의 센트럴 홀에서 전시되던 줄리메컵이 도난당했다.
명탐정 셜록 홈즈의 고향인 영국 런던 한복판에서 영광의 컵이 없어지자 전 영국 경찰이 동원돼 수색을 벌이는 등 온 나라가 들썩이는 큰 소동이 일어났다. 결국 줄리메컵은 런던 근교 노우드의 산속에 사는 한 농부의 집에서 ‘피클스’라는 강아지에 의해 발견됐다.
1970년 멕시코월드컵 우승으로 월드컵 첫 3회 우승을 차지한 브라질이 영구소유하게 됐던 줄리메컵은 그러나 바로 그해에 브라질에서 도둑맞아 현재까지 행방불명 상태다.
FIFA에서는 74년 서독월드컵때 높이 51㎝, 무게 5㎏의 새 월드컵 트로피를 제작했고 ‘FIFA 월드컵’으로 명명된 이 트로피가 이번 2002월드컵의 우승 트로피이다. 줄리메컵을 영원히 잃어버린 FIFA에서는 우승트로피 보관에 각별한 관심을 쏟는다. 하루 수백만원을 들여 경비업체에 감시를 맡기고 있으며 우승트로피는 수십억원의 보험에 들어있다.
이 ‘FIFA 트로피’가 2002월드컵 개막 D-50일을 맞은 11일 서울에서 화려한 전국투어 출정식을 가졌다. ‘FIFA월드컵 트로피 전국투어’는 출정식에 이어 인천 대전 광주 전주 서귀포 부산 울산 대구 수원 서울의 순으로 국내 개최지 10곳을 순회하며 월드컵 붐 조성을 위한 전시회와 함께 행사가 열릴 예정이다.
내고장에서 전시되는 ‘FIFA 월드컵 트로피’. 그 사연을 알고 들여다보면 한층 새롭게 보일 것같다.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