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의 3남 홍걸(弘傑)씨에게 수만달러를 줬다고 주장한 미래도시환경 대표 최규선(崔圭先·42)씨가 타이거풀스 주식 수만주를 싼값에 매입했으며 이 중 일부가 홍걸씨의 동서 황인돈씨(36) 회사 직원 명의의 차명계좌에 들어간 사실이 11일 확인됐다.
이에 앞서 최씨의 비서였던 천호영(千浩榮·37)씨는 체육복표 ‘스포츠 토토’를 발행하는 스포츠토토㈜의 대주주인 타이거풀스 인터내셔널(TPI) 대표 송재빈(宋在斌·33)씨가 홍걸씨 등에게 사업과 관련해 이 회사 주식 수만주와 수억원의 돈을 제공했다고 주장했다(본보 3월30일자 A1면 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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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보 취재진의 확인 결과 최씨는 TPI 주식 수만주를 여비서 문모씨 명의로 매입해 지난해 3월 D사 사장 박모씨 등에게 3만8000주를 주당 평균 2만3000원씩 9억원에 팔았다. 이 주식의 매입 가격과 수량, 매입 시기 등은 확인되지 않았다.
최씨는 또 한달 뒤인 지난해 4월27일 송씨에게서 TPI 주식 2만주를 주당 평균 1만5000원씩 3억원에 매입했다. TPI가 지난해 5월 초 유상증자를 하면서 책정한 공모가격은 주당 4만원이었다.
이처럼 최씨가 공모가의 절반 이하로 매입한 TPI 주식 가운데 1만3000주는 C토건 부장 유모씨와 과장 박모씨 등 3명의 이름으로 개설된 계좌에 흘러 들어갔다.
C토건은 홍걸씨의 동서인 황씨가 운영하는 회사로, 직원 유씨 등의 계좌는 본인들 몰래 황씨와 최씨에 의해 개설된 것으로 드러났다.
이와 관련, 천씨는 “내가 직접 황씨에게서 유씨 등 3명의 인감과 관련서류를 넘겨받아 최씨에게 전달했고 최씨가 차명계좌를 개설했다”고 주장해왔다.
유씨는 이날 전화통화에서 “나와 박씨는 인감도장을 회사에 맡겨놓았다”며 “내 명의의 계좌에 주식이 있는지도 모른다”고 말했다.
이에 따라 최씨가 TPI 주식을 시가보다 싸게 매입한 경위와 이 중 일부를 홍걸씨의 동서 황씨에게 넘겨준 경위, 황씨에게 간 주식의 실제 소유주 등이 누구인지에 대한 의혹이 증폭되고 있다. 특히 홍걸씨가 사실상 최씨에게서 주식을 상납받고 그 대가로 각종 이권에 개입한 것이 아니냐는 의혹도 일고 있다.
최씨가 4월에 매입한 주식 가운데 나머지 7000주는 최씨가 여비서 문씨 명의의 가명계좌로 관리해왔다.
한편 타이거풀스 측은 “최씨에게 주식을 팔 때는 사업이 기대만큼 잘 되지 않아 주가가 많이 떨어진 상태여서 최씨에게 특혜를 주며 헐값에 판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이에 앞서 천씨는 10일 검찰에 출두하기 전에 본보 기자와 만나 “홍걸씨가 황씨를 통해 최씨에게서 수시로 거액의 현금을 전달받았다”고 주장했다. 또 최씨는 황씨가 서울 강남에 사무실을 얻는 과정에 개입했으며 홍걸씨가 이 사무실에 자주 출입한 것으로 밝혀졌다.
이명건기자 gun43@donga.com
박민혁기자 mhpark@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