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가 6월 우리금융지주㈜의 주식 상장을 추진하고 경영 부실에 따른 구제책으로 공적자금이 투입되었던 시중은행들의 지분매각을 서두르는 것은 은행 민영화를 통해 국내 금융산업을 정상화하기 위한 정책의 일환으로 보인다.
그런데 공교롭게도 문제의 우리금융지주㈜가 은행기능 재편 컨설팅을 A T Kearney사에 의뢰해 보고된 컨설팅 결과는 경남은행과 광주은행이 한빛은행과 통합하고 지역본부체제로 전환하는 게 최적 방안이라는 것이다.
이는 2000년 12월 공적자금이 투입된 경남, 광주, 평화은행의 노동조합과 정부가 맺은 노정합의에 따른 것이어서 절차상 잘못은 없는 것 같다.
금융산업 정상화라는 국가적 과제를 풀어나가기 위한 해법으로 컨설팅사가 은행간 합병을 권고한 것은 지방은행도 은행들의 대형화 추세에 발맞추지 않으면 발전해 나갈 수 없다고 판단했기 때문일 것이다. 그러나 여기에는 몇 가지 간과한 점이 있다.
첫째, 합병에 따른 규모의 경제효과는 크지 않다는 점이다. 국내외 주요 연구결과에서도 나와 있듯이 소형은행(1300억∼13조원의 자산규모)에서는 합병에 따른 규모의 효율성을 가질 수 있지만, 그 이상은 규모의 불경제를 나타내고 있으므로 자산규모 약 84조원의 한빛은행과의 합병으로 얻는 대형화는 실익이 없다. 이미 지주회사 편입으로 대형화 겸업화가 발휘되고 있는 것이다.
둘째, 지방분권 및 분산 차원에서 지방에 본점을 둔 금융기관들이 필요하다는 점이다. 중앙집권화에 따른 경제, 사회, 문화 등 여러 가지 폐해로 인해 정부는 1994년 ‘지역균형개발 및 지방중소기업 육성에 관한 법률’을 제정하고 이의 실행을 위한 각종 개발계획을 수립했다. 그러나 이러한 계획이 제대로 실천되지 않자 이번에 의원입법으로 ‘지방균형 발전특별법안’ 등을 제정하기로 하고 심의 중에 있다. 이는 지역경제 성장의 기반이 지방 중소기업들을 육성·지원해 피폐된 지방경제에 활력을 불어넣겠다는 뜻일 것이다.
경남지역은 전체 사업체 수의 98% 정도가 중소기업이며, 고용의 81%를 담당하고 있다. 여기에 경남은행은 전체 대출금의 70% 이상을 지원하고 있다.
셋째, 은행의 본질적인 기능인 수익성 추구 못지않게 중요한 지역주민의 은행이라는 특성을 간과했다는 점이다. 지방자치가 본궤도에 진입하면서 주민들의 시민의식도 상당한 수준에 도달해 있음을 고려할 필요가 있는 것이다. 좋은 예가 경남도민들은 두 차례에 걸쳐 경남은행 살리기를 위한 증자에 출혈을 감내하면서 참여했다. 지방자치단체들도 경남은행을 시군 금고로 활용하는 등 애정을 보여 주었다. 그 결과 이 은행은 지난해 6개 지방은행 중 최고인 692억원의 수익을 올렸다.
이는 지역은행도 도민의 애정을 밑거름 삼아 독자생존이 가능하다는 지역적 특성을 보여준 결과이다. 이제는 지역은행도 한계를 극복하고 어엿하게 홀로서기에 성공할 수 있다.
성태현 경남발전연구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