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기지사 출마 여부를 놓고 논란이 분분하던 진념(陳稔) 부총리 겸 재정경제부장관이 출마를 결심한 것 같다는 소식은 정부 여당이 선거에서 승리하기 위해 어떤 일도 저지를 수 있음을 보여준다.
그가 출마를 하든, 하지 않든 그것은 본인의 자유지만 공인인 진 부총리의 우유부단한 태도는 대단히 실망스럽다. 지난달 하순 그가 “경제를 망치는 일”이라며 출마를 완강하게 부인한 이후 오늘날 “꼭 필요하다면 고민하겠다”고 말을 바꾸기까지의 과정을 보면 진 부총리는 기존 정치인 뺨칠 자질을 갖고 있다는 느낌이다. “정치가 경제를 흔들지 말라”고 절규하던 그가 정치권에 입문한다면 우리 경제는 이처럼 신뢰성 없는 부총리에 의해 좌지우지됐다는 한심한 기록을 남길 것이다.
그 자신보다 더 나쁜 것은 정치권과 청와대의 반응이다. 정치권, 즉 민주당이 집요하게 진 부총리를 선거판으로 몰아세우는 것은 여당이 경제고 뭐고 관계없이 지방자치단체장 선거에서만 이기면 된다는 식의 사고방식을 보여주는 것이다. 아마도 지방선거에서 이긴 후 그 힘을 몰아 대선에서도 승리하겠다는 것이 속뜻인 것 같은데 경제를 그렇게 우습게 보는 여당을 국민이 어떻게 심판할지는 두고볼 일이다.
아울러 이번 일과 관련해 청와대는 모호한 태도를 버리고 확실한 입장을 표해야 한다. 김대중(金大中) 대통령은 정치에 일절 관계하지 않고 국정에만 전념하겠다고 했는데 개각이 선행되어야 하는 상황전개를 대통령이 용인한다면 그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러니까 음모론과 김심(金心) 얘기가 나오는 것이다. 경제정책의 일관성을 위해 부총리를 유임시켰다고 한 지 불과 석달도 안 지났는데 이제는 일관성이 필요없어졌단 말인지도 궁금하다.
정부에서 경제정책을 다루던 인재들이 그 경력을 바탕으로 대부분 정치 쪽으로 자리를 옮김으로써 이 분야의 원로가 거의 존재하지 않게 된 것은 우리나라 경제사의 슬픈 현실이다. 진 부총리는 여기에 또 하나의 악선례를 더할 것인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