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립암센터가 흡연이 폐암의 원인이 된다고 공식 인정했다. 한국담배인삼공사를 상대로 한 손해배상소송의 사실관계 답변에서 ‘담배를 장기간 피우면 세포에 유전자 변형이 일어나 폐암에 이를 수 있다’고 밝힌 것이다. 그동안 담배의 폐해는 알려져 있었지만 의료기관이 흡연과 폐암의 인과관계를 명시해서 인정한 일은 처음이기에 의미가 크다. 재판 결과에 따라 비슷한 소송이 봇물을 이룰 것으로 보여 큰 파장이 예상된다.
우리나라의 흡연실태는 ‘골초왕국’으로 불릴 만큼 부끄러운 수준이다. 지난해 세계보건기구(WHO) 조사에 따르면 우리나라 성인 흡연율은 남자 2위, 여자 1위로 나타났다. 민간기구를 중심으로 꾸준히 금연 캠페인이 전개되고 있는데도 여전히 골초왕국을 벗어나지 못하는 데에는 정부의 책임이 크다. 담배를 아예 마약으로 규정한 미국처럼 정부가 앞장서 금연운동을 이끄는 것이 세계적인 추세다.
그러나 우리는 딴판이다. 담배판매 수입에만 열을 올리고 금연운동은 시늉뿐이라고 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뿐만이 아니다. 지자체들이 지방세 수입을 올린다며 ‘내 고장 담배사기 운동’을 벌이고, 담배인삼공사 직원이 사내금연 캠페인을 하는 회사를 찾아가 제품불매운동을 벌이겠다고 으름장을 놓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이러니 지난달 제네바에서 열린 WHO 담배규제기본협약협상에서 담배회사를 편드는 나라로 뽑혀 망신을 당한 것도 이상한 일이 아니다.
흡연이 인체에 미치는 악영향은 재론할 필요조차 없다. 특히 걱정스러운 현상은 최근 청소년과 여성의 흡연이 늘고 있다는 점이다. 초등학생들도 남자 12.3%, 여자 3.4%가 담배를 피운다는 사실은 충격적이다. 정부는 이제부터라도 범정부적인 금연운동에 나서야 한다. 국민 건강에 나라의 미래가 달려 있다는 각오 아래 특히 청소년과 여성의 금연을 줄여야 한다.
흡연자들의 의지도 중요하다. 담배가 폐암을 일으킨다는데도 계속 피운다면 이는 곧 죽음을 자초하는 행위임을 잊어서는 안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