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구점을 운영하는 오흥렬씨(51·부천시 송내동·사진)는 동네에서 ‘마음씨 좋은 아저씨’로 통한다.
간혹 집에 못질이 필요한데 망치가 없을 경우 오씨의 가게를 찾아가면 다양한 공구를 빌려 주기 때문이다.
콘크리트에 구멍을 내거나 집단장을 할 때에도 전기드릴과 같은 공구나 건설장비를 하루 1000원부터 7만원을 내면 온종일 빌려 쓸 수 있다.
시중에서 사려면 비싸게는 수백만원을 줘야 하는 것들이기에 부산과 장흥 등 지방에서도 장비를 빌려가곤 한다.
“자주 쓰지 않는 장비를 비싼 값에 구입하는 것은 낭비나 다름없죠.”
오씨는 이런 생각으로 군 제대후 3∼4년간 건설업을 하며 구입했던 장비를 바탕으로 2년 전 공구 임대점(myhome.netsgo.com/ohr1012)을 차렸다. 주변 고물상을 돌며 수집해 직접 수리한 중고 장비만도 수백점.
장비를 구입할 때면 손질만 잘 하면 새 것이나 다름없는 것들이 많아 “쉽게 버릴 바에야 차라리 기증해 주면 오히려 좋을텐데…”라며 아쉬워 하기도 한다.
오씨의 본업은 10평 남짓한 문구점. 이 가운데 3평 정도를 간이 창고로 개조해 공구임대점으로 쓰고 있다.
해병 공병대 중사 출신인 그는 제대후 23년 동안 꾸준히 자원봉사 활동을 펼쳐온 숨은 일꾼이기도 하다.
집중호우 등 천재지변 때는 펌프 장비 등을 무료로 빌려주거나 해병전우회 동료들과 함께 현장으로 달려가 복구작업에 매달려 왔다. 지난해 수해 때는 아내에게 문구점을 맡겨둔 채 석 달 동안 의정부와 김포 등지를 돌며 복구작업을 돕기도 했다.
이달 초에는 일찌감치 올해 장마에 대비해 소사구, 원미구, 오정구 등 3개 지역에 자신이 소유한 모터 펌프 10개씩을 비치해 놓았다.
특히 요즘처럼 봄가뭄이 심할 때면 오씨가 농촌지역에 기증하거나 무료로 임대해 준 펌프를 두고 농민들 사이에 서로 먼저 쓰려는 실랑이가 벌어져 직접 순서를 정해줘야 하는 상황이 벌어지곤 한다.
“묵혀둬야 했던 기술과 장비로 이웃들에게 도움을 줄 수 있어서 기쁘다”는 오씨는 “작지만 많은 사람들을 위한 일인 만큼 빌려간 공구는 쓰고 난 뒤 즉시 돌려주는게 에티켓”이라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