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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경제 포커스]“中에 투자를” ‘黃使’ 몰려온다

입력 | 2002-04-14 17:17:00



‘한국 기업을 잡아라.’

중국 지방자치단체들의 투자유치단이 물밀듯이 한국에 몰려오고 있다.

중국이 세계무역기구(WTO)에 가입한 뒤 지난해 하반기부터 방한단의 규모가 커지고 횟수도 급증하는 추세다. 1000명이 넘는 대규모 투자유치단이 오는가 하면 최근에는 일주일에 한 건 이상의 중국측 투자설명회가 열리는 것으로 추정될 정도.

▽투자유치단 규모, 엄청나다〓중국의 31개 성(省) 가운데 종합경제력 1위인 광둥(廣東)성은 23일 서울 신라호텔에서 투자설명회를 갖는다. 광둥성 내 14개 지자체 공무원과 업계 관계자 등 200여명이 참가해 중국의 WTO 가입 후의 투자 및 무역환경 변화를 알리고 전자 정보기술 기계 화공 금융 보험 등 150여개 항목에 대해 설명할 예정이다.

다음달 14일 서울 강남구 삼성동 코엑스에서 투자설명회를 갖는 산둥(山東)성 웨이하이(威海)시의 투자유치단은 무려 1000명이 넘는 최대 규모. 웨이하이시는 지난해 7월 150여개 업체 650여명이 방한한 투자설명회를 통해 1억9000만달러를 유치하자 이번에는 300여개 업체로 늘렸다는 후문이다.

이달초 96개 업체 160여명이 방한한 산둥성 랴오청시는 서울과 부산에서 설명회를 갖고 20여개 한국업체와 계약 및 의향서를 체결하는 실적을 올린 뒤 서울사무소를 설치했다.

중국측 투자유치단의 한국활동을 지원하는 한국무역협회 송창의(宋昌儀) 중국팀장은 “지난해부터 늘기 시작한 중국 투자유치단의 방한이 올 들어서는 폭증하는 추세”라고 전했다. 대한무역투자진흥공사(KOTRA)나 중소기업협동조합중앙회 등을 경유하는 투자유치단도 적지 않아 정확한 통계를 잡기가 어려울 정도.

KOTRA 해외투자진출팀 정구철(鄭求澈)씨는 “3월에만 선양(瀋陽)시 등 5개 지자체가 각각 수백명 규모로 다녀가는 등 올 들어 12곳의 투자유치단이 KOTRA를 통해 한국을 방문했다”며 “독자적으로 설명회를 갖는 지자체도 많아 일주일에 최소한 한두 곳 이상의 지자체가 한국에서 설명회를 갖고 있는 셈”이라고 말했다.

▽투자유치 성공하면 보너스 받아〓리톈위(李天雨·36) 랴오청시 서울사무소장은 “중국의 WTO 가입 후 지자체들이 각자 살 길을 찾아야 한다고 인식하면서 지리적으로 가까운 한국으로의 수출과 투자유치를 적극 모색하고 있다”며 “동부 연안뿐만 아니라 서부 내륙 지자체의 방문도 늘어날 것”이라고 말했다.

실제로 지난해 12월에는 내륙에 위치한 쓰촨(四川) 칭하이(靑海) 간쑤(甘肅)성과 충칭(重慶) 시안(西安)시 등이 합동설명회를 갖기도 했다.

특히 웨이하이시의 경우 수교 후 인천과 정기 여객선이 운항되면서 경제의 65%가 한국과 관련돼 있을 정도여서 앞으로도 매년 대규모 투자유치단을 한국에 보낼 예정이다.

무협 송 팀장은 “중국 지자체들이 투자유치 건수와 금액을 공무원들의 인사고과에 반영하고 보너스까지 주고 있는 것도 필사적으로 투자유치에 나서는 요인”이라고 말했다.

▽투자환경 비교 좋은 기회〓랴오청시 투자설명회에 참석해 포장용 박스 제조시설 투자 의향서를 교환한 삼성포장(경북 경산 소재)의 권용건(權鎔建) 이사는 “방대한 중국의 시장조사를 직접 하기 어려운 중소기업들은 여러 지자체의 설명을 들어보면서 투자환경을 비교할 수 있는 좋은 기회”라고 말했다.

KOTRA 박한진(朴漢眞) 중국팀장은 “방한단에는 성장 부성장 시장 부시장 등 고위관계자들이 포함되는데 중소기업이 중국에서 이들을 개별적으로 만나기는 쉽지 않다”며 “투자설명회에서 얼굴을 익혀 놓으면 큰 재산이 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러나 투자에는 신중해야 한다는 지적이 적지 않다. 산업연구원 이문형(李玟炯) 연구조정실장은 “해당 산업을 키우려는 지자체의 의지가 사업의 성패를 좌우할 수 있기 때문에 설명회에서 이러한 부분을 집중적으로 검토해야 한다”면서 “투자 계약을 체결할 때는 전문 변호사의 검토를 받는 것이 좋다”고 충고했다.

▽관광 수입도 만만찮다〓웨이하이시가 다음달 코엑스 그랜드볼룸을 사흘간 설명회장으로 사용하면서 내는 사용료만 1억원, 여기에 1인당 4만원인 점심 600명분(2400만원)을 예약했다. 1000여명 방문단의 숙박비 등 체류비는 별도.

한국을 방문하는 공무원과 업체 관계자들의 모든 비용은 중국측에서 스스로 부담한다. 때로는 호텔 전시장 등을 이용하는 경우도 상당수여서 관광 부수입 효과도 적지 않은 것으로 관광업계는 추정하고 있다.

중국 전문 창스여행사 관계자는 “일반 관광객처럼 공무원 방한단도 여행사에 의뢰하는 경우가 많은 것은 나름대로 비용을 줄이려는 것으로 생각된다”며 “30인 이상 단체 기준으로 1주일에 적어도 기본경비만 1인당 400∼450달러는 든다”고 말했다.구자룡기자 bonhong@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