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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둑]바둑학과 새 모델 개발 활발

입력 | 2002-04-14 17:43:00

명지대 바둑학과 대학원수업장면


“‘통계적 가설 검증’을 해보면 보다 정확하고 유의미한 결과를 낼 수 있습니다. 승률뿐만 아니라 타이틀 획득이나 본선 진출 횟수 등 종속 변수를 다양하게 적용해보세요.”

12일 경기 용인시 명지대 바둑학과 대학원의 ‘연구방법론’ 수업시간. 대학원생이자 프로기사인 김민희씨(23)가 ‘프로기사의 연령과 승률 비교’에 관한 통계적 분석을 내놓자 교수와 다른 학생들의 조언이 잇따라 쏟아진다.

바둑학과라면 바둑 기술이나 바둑사 정도를 배우는 것으로 알기 쉽지만 최근 이론과 바둑을 접목시키는 수업이 늘고 있다. 그 중 가장 대표적인 수업이 ‘연구방법론’. 고려대 심리학과에서 사회심리학으로 석 박사학위를 한 뒤 바둑학과로 영입된 최일호 교수(41·아마 3단)가 진행한다. 최 교수는 바둑 기술을 가르치는 것이 아니라 바둑과 다른 문화현상과의 상관관계 등을 지도한다. 수업도 3주 동안은 통계 분석, 설문 조사, 실험 설계 등 이론 수업을 하고 1주는 이론을 바탕으로 2, 3명씩 바둑계 현상과 문제점을 분석하는 주제발표를 한다.

이날은 ‘프로기사의 연령과 승률 비교’에 이어 김진환씨(35)가 ‘사활문제를 이용한 효율적 바둑학습’에 대해 주제발표를 했다. 사활 문제를 무조건 외우게 하는 기존의 학습 방식은 너무 지루하고 인내력이 요구되기 때문에 중도에 포기하는 경우가 많다는 것. 학습자의 기력에 따라 사활문제의 수순을 조정하거나 비슷한 패턴의 문제를 추려서 제시하는 등 흥미를 유발할 필요가 있다는 게 김씨의 주장이다. 그는 새로운 학습 모델을 공부하는 집단과 기존 방식으로 공부하는 집단을 비교해 어느 쪽이 더 바둑 실력이 빨리 느는 지에 대해 검증할 계획.

지난해 생긴 바둑학과의 대학원생은 면면도 다양하다. 여성 프로기사인 김태향 김민희 초단은 학부를 거쳐 대학원까지 진학한 케이스. 중국 옌볜대 조교수로 현재 서울산업대 기계설비학과에 유학을 온 최승훈씨(39)는 바둑이 좋아서 바둑학과 대학원에 편입했다. 중국과 한국 바둑계를 잇는 가교 역할을 하는 게 그의 목표.

왕담(46) 김동성(48)씨는 늦깎이 학생들. 모두 개인 사업을 하는 이들 역시 바둑이 좋다는 이유 하나로 바쁜 시간을 쪼개 대학원을 다니고 있다. 특히 김동성씨는 아들이 올해 바둑학과 학부과정에 입학해 같이 공부하고 있다.

이밖에 바둑 저술가인 성기창씨(34)와 김진환씨는 바둑 관련 인터넷 업체(www.e-baduk.com)를 운영하면서 향학열을 불태우고 있다. 대학원생 중 가장 아마추어 다운 아마추어(5급)인 김용원씨(30)는 직장을 그만 두고 가장 하고싶은 것을 찾다가 입학했다.

최 교수는 “지금까지 바둑 전반에 걸친 이론화 작업은 거의 이뤄지지 않았다”며 “‘바둑과 치매’ ‘바둑 학습을 통한 인지 이론의 검증’ 등 바둑도 훌륭한 이론적 소재와 주제가 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고 싶다”고 말했다.

서정보기자 suhchoi@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