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8프랑스월드컵 개막을 한달 앞둔 1998년 5월 프랑스 관광청의 초청으로 프랑스 남부도시 마르세유를 방문한 적이 있다. 이때 마르세유월드컵경기장 관리본부 관계자의 설명을 들으며 깜짝 놀랐던 기억이 난다. 월드컵이 끝나고 2년후까지의 경기장 활용방안에 대한 세부 계획을 세워놓고 있었기 때문이다. 프랑스 프로축구팀 마르세유의 경기, 외국 유명팀 초청경기, 세계적인 록그룹 롤링 스톤즈의 공연 등 경기장 활용에 대한 장기적이고 세부적인 계획을 확정해놓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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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02월드컵이 개막도 하지 않은 마당에 경기장 활용방안까지 들먹일 필요가 있느냐고 할 수도 있다. 10개 개최도시들도 나름대로 경기장 활용방안을 마련해놓고 있긴하다.
그렇다고 하더라도 한가지 우려되는 게 있다. 연고 프로축구팀도 없는 개최도시가 어떻게 경기장을 최대한 활용할까 하는 것이다. 국내의 월드컵 개최도시중 연고 프로팀이 없는 곳은 서울 대구 광주 인천 서귀포 등 5곳. 서울은 프로 구단간 합의하에 공동구역으로 비어놓기로 한 곳이고 서귀포는 지역적 특수성을 감안하면 연고 프로축구팀이 없는 상황이 이해가 간다.
그러나 대구 광주 인천에 프로축구팀이 없다는 것은 월드컵경기장 사후 활용방안과 관련해 큰 문제가 아닐 수 없다. 이중 대구는 지난해까지 프로축구팀 창단에 적극적이었다. 계성, 청구, 대륜고와 대구대 등 많은 축구스타를 배출한 명문교가 있고 프로축구팀을 창단하겠다는 의사를 밝힌 기업도 몇 개가 있었다. 시 당국도 월드컵 지원반을 주축으로 체육진흥기금을 조성하는 등 프로축구팀 창단에 적극 나섰으나 시의회에서 이 사업에 대해 표결을 벌인 결과 부결이 됨으로써 프로축구팀 창단 추진이 유보된 상태.
대구월드컵경기장은 2003년 하계유니버시아드대회의 주경기장으로 쓰일 예정이어서 당분간은 활용에 큰 문제는 없다고 하지만 연고 프로축구팀이 없어서는 장기적으로 경기장 활용에 문제가 생길 수가 있다.
월드컵 16강 염원을 등에 업은 축구대표팀이 12일부터 대구에서 훈련을 시작했고 20일에는 대구월드컵경기장에서 코스타리카와의 평가전이 벌어진다. 이번 이벤트를 계기로 대구에서 프로축구팀 창단 논의가 다시한번 일어났으면 하는 바램이다.
권순일기자 stt77@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