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로농구 역대 챔피언을 보면 공통점이 하나 있다. 승부의 고비에서 한방 터뜨릴 수 있는 빼어난 3점 슈터를 갖고 있었다는 것이다.
97시즌 우승팀 기아(현 모비스)의 김영만을 시작으로 97∼98시즌과 98∼99시즌 현대(현 KCC) 조성원, 99∼2000시즌 SK나이츠 조상현, 지난해 삼성 문경은이 해결사로 이름을 날렸다. 이들은 ‘4쿼터의 사나이’라는 별명과 함께 막판에 매서운 뒷심을 떨치며 팀에 우승을 안겼다.
올 챔피언결정전에서는 동양 오리온스 김병철(29·1m85)과 SK 나이츠 조상현(26·1m89)이 그 역할을 맡고 있다.
김병철은 11일 잠실 3차전에서 양팀 최다인 25점을 터뜨리며 팀의 87-73 승리를 이끌었다. 이날 김병철의 야투 성공률은 75%로 높았고 3점슛도 4개나 꽂으며 SK나이츠의 추격의지를 꺾어놓았다.
김병철을 앞세운 동양은 2승1패로 앞서며 우승컵에 바짝 다가서는 듯 했으나 13일 잠실 4차전에서는 조상현이 3점슛 3개를 꽂으며 ‘멍군’을 불러 양팀은 2승2패로 팽팽히 맞섰다. 조상현은 40분을 풀로 뛰며 26점을 퍼붓는 눈부신 활약을 펼쳤다. 특히 조상현은 왼쪽 발목 부상을 이겨내며 접전이 전개되던 마지막 쿼터에만 자신의 득점의 딱 절반이 13점(3점슛 2개)을 집중시켜 위기에 강한 면모를 과시했다.
반면 조상현을 수비하던 김병철은 파울 트러블에 걸려 헤매더니 5반칙 퇴장을 당해 팀 패배를 벤치에서 지켜봐야 했다. 전반에만 9점을 기록했을 뿐 후반 무득점에 묶인 김병철은 경기가 끝난 뒤 인터뷰 공세가 쏟아지는 조상현의 뒤통수를 바라보며 씁쓸하게 코트를 떠났다.
1∼4차전을 치르는 동안 김병철은 50%의 성공률로 3점슛 12개를 올리며 경기당 평균 14점을 마크했다. 조상현은 3점슛 성공률이 41%로 김병철보다 조금 낮았지만 평균 득점은 오히려 18.8점으로 높았다.
김병철과 조상현은 저마다 챔피언반지를 껴야할 분명한 이유가 있다며 각오를 다지고 있다. 생애 첫 우승컵을 노리는 김병철은 6월에 태어날 첫 아이에게 우승 반지를 선물로 주겠다는 각오. 이번 시즌을 끝으로 군입대하는 조상현 역시 두 번째 우승 헹가래와 함께 홀가분하게 떠나겠다는 의지를 보이고 있다.‘동상이몽’을 꾸고 있는 김병철과 조상현의 손끝에 따라 대권의 향방이 결정될 전망이다.
김종석기자 kjs0123@donga.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