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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랍 휴스 칼럼]숨기는 블래터 … 불신받는 FIFA

입력 | 2002-04-15 17:47:00


1988년 여름 서울에서 올림픽 운동의 위대한 기회는 배반을 당했다. 캐나다 육상 선수 벤 존슨이 약물 복용 혐의로 추방됐기 때문이다. 우리는 이 사건이 국제올림픽위원회(IOC)내 정화 운동의 시작이며 앞으로 올림픽이 보다 순수해질 줄 알았다. 하지만 14년이 지난 지금 올림픽은 더 심각한 부패로 퇴색해 있다. 선수와 그 조력자들은 약물 테스트를 속일 새로운 방법을 찾아냈다. 용기있게 약물 복용 전체 규모에 대한 진실을 말못한 IOC는 그 대가를 치르고 있다.

이제 서울은 다시한번 세계 스포츠의 중심지가 된다. 다음달이면 국제축구연맹(FIFA)이 현 리더십을 정화할 것인지 아니면 2002월드컵이 킥오프 되기도 전 세계에서 가장 위대한 스포츠의 남은 미덕마저 파괴해 나갈 것인지 판가름 난다.

나는 솔직히 화가 난다. 여러분도 마찬가지여야 한다. 축구는 우리 모두의 경기이지 제프 블래터가 자기 멋대로 할 수 있는 사유물이 아니다.

그는 4년전 의심스러운 상황에서 FIFA 회장에 당선됐고 이제 월드컵 개막 전날 서울에서 열리는 재선거에 출마하기로 결정했다. FIFA내 몇몇 그의 지지파는 자신들의 영향권인 라틴아메리카와 북아메리카에서 오만방자한 권력 남용으로 부패했다는 비난을 받고 있다.

잭 워너 북중미카리브해축구연맹(CONCACAF) 회장은 아메리카대륙의 FIFA 파트너다. 파산난 독일 키르히 그룹과의 협약을 통해 그 지역 TV 중계권을 갖고 있기도 하다. 워너는 중계권이 돈벌이가 아니라고 주장한다. 키르히와 도박사업으로 연결돼 있는 CONCACAF 사무총장 척 블래저도 마찬가지로 두 얼굴의 가치관을 보이고 있다.

둘은 친구이자 블래터의 지지자다. 그들은 블래터가 FIFA 회장을 유지하려는데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제3세계를 지원하겠다며 아프리카 약소국에서 FIFA 돈을 이용한 표밭갈이에 나섰던 블래터는 며칠후 돌연 내부 회계 감사를 중단한다고 선언했다. 감사는 지난달 FIFA가 자금 운영의 잘잘못을 가리기 위해 시작됐었다.

블래터는 그 위원회를 해산할 권한이 없었다. 하지만 그는 FIFA 비밀 문서를 누군가 유출하고 있으며 자신이 감사를 중단시킨 덕에 FIFA를 구했다고 주장했다. 여러분도 알다시피 정몽준 회장은 FIFA 집행위원회 위원중 드물게 회계 장부를 투명하게 공개하라며 블래터를 압박하고 있는데 그 역시 6명의 회계 감사 위원회 멤버중 한사람이다.

정 회장의 태도는 당당하고 거침이 없어 블래터가 곤욕을 치르고 있다. 정 회장이 무뚝뚝하게 “파산난 ISL과의 마케팅 계약으로 FIFA가 얼마나 손해를 봤는지 우리에게 진실을 말해달라”며 한국식으로 질문하면 블래터 회장은 진땀을 뺄 수 밖에 없다.

블래터는 왜, 그리고 무엇을 숨기는가? 그는 왜 감사위원회에 자신의 추종자가 3명이나 포함돼 있는데도 두려워할까? 또 그는 왜 감사위원회가 우르스 킨지 FIFA 재정 담당관에게 질문을 하려는 순간 활동을 중지시켰을까.

한가지 결론은 블래터 회장이 자신을 조력자로 24년간 FIFA를 개인 왕국으로 지배했던 브라질 출신 주앙 아벨란제 전 회장의 길을 답습하려 한다는 것이다.

집행위에 양심적인 사람들이 있다면 그들은 5월30일 블래터를 좌초시킬 것이다. 하지만 걱정스럽게도 FIFA가 각 회원국에 4년마다 지급하는 100만달러씩의 후원금을 유지하는한 204개 FIFA 회원국들중 다수가 누가 회장이 되든 상관하지 않는다는 입장일 수 있다는 것이다.

나는 정 회장이 자신의 말대로 ‘부패의 일원’이 되지 않을 것이라는 점을 확신한다. 또 유럽축구연맹(UEFA) 회장인 레나르트 요한손이 정직한 사람이라는 것도 믿는다.

FIFA내 민주주의를 바로 세우고 불신받는 리더십을 바꿀 때는 바로 지금이다. 현재의 FIFA는 IOC만큼이나 불신의 표적이다.

잉글랜드 축구칼럼니스트 robhu@compuserve.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