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근 나는 온라인 게임 ‘뮤’를 즐기고 있었다. 게임을 하면서 온라인 상에서 호감이 가는 친구 한 명을 만나 게임에 대해 조언도 하고 아이템도 교환했다. 그러던 중 그 친구는 ‘갑옷’이라는 아이템을 필요로 했고, 내가 다음날 밤 11시에 컴퓨터 상에서 만나 아이템을 주기로 했다. 다음날 게임 속 장소인 한 교회 안에서 기다리고 있는데, 한 명의 흑기사가 내게 오더니 어제 그 친구라고 안부를 묻는 것이었다.
나는 어제 나누었던 얘기들을 다시 물어보았다. 말투 등이 똑같아 의심하지 않고 갑옷 아이템을 주었다. 그런데 한시간 쯤 후였을까. 게임 속에서 나를 찾는 사람이 있어 가보니 만나기로 했으면서 왜 약속장소에 안나왔느냐는 것이었다.
알고 보니 전날 우리가 했던 얘기들을 계속 지켜보고 있던 다른 게이머가 그 친구인 것처럼 속여 아이템을 중간에 가로채간 것이었다.
인터넷 게임이 눈부시게 발전하면서 사기나 해킹, 오프라인 폭력 등의 부작용이 속출하고 있다.
최근 대구에서는 거짓으로 게임용 아이템을 판매한다는 글을 게시판에 띄워 102명의 사람들로부터 모두 3900만원을 가로챈 혐의로 한 10대 청소년에게 구속영장이 청구됐다. 또한 여성 청소년 게이머가 아이템을 얻기 위해 성을 파는 매춘 사례도 있었다. 이렇듯 인터넷 게임 관련 사기는 피해자의 대부분이 판단력이 미숙한 초중고생인 만큼 게임에도 페어플레이가 적용돼야 한다는 인식과 교육이 절실히 필요하다.
요즘 경찰과 검찰은 이렇듯 현물이 아닌 무형의 가치를 두고 벌어지는일련의 게임 사기사건들에 대해 곤혹스러워하고 있다.
사기의 대상이 무형이기 때문에, 또한 애들이나 하는 게임이라는 생각에, 그것이 정말 사기를 치고 사기를 당할 만한 가치가 있는 것인가에 대해 혼란스러워하는 것이다.
그러나 문제의 본질은 아이템의 가치가 얼마냐에 있는 것이 아니라 남을 속이는 사기 행위에 그 핵심이 있다.
게임 사기 사건의 경우 아이템 판매나 캐릭터 교환 시 물품이나 돈을 받은 다음 연락을 끊어버리거나 비밀번호를 바꾸어 피해를 주는 경우가 가장 많다.
이에 대해 게임 업체들은 게임 아이템은 재산 가치를 인정받지 못하므로 아이템의 현금 거래를 금지한다는 약관을 명시해 놓고 거래 금지를 권고하는 수준에 머무르고 있다.
이제 온라인 게임업체는 아이템의 거래를 부추겨 회사의 매출을 올리려는 전략을 버려야 할 것이다. 비록 그것이 매출의 감소를 가져올 수 있다고 해도 게임의 사회적인 작용과 반작용의 기능에 대해 좀 더 넓은 시각을 가져야 한다.
게임이란 개인이 즐기는 것이지만 온라인 게임은 사회의 축소판이다. 현실 사회에서 지켜야 하는 규칙이 있듯이 게임 속에서도 지켜야 할 규칙이 있다.
온라인 게임의 산업화에 따른 부작용의 수위가 점점 높아지고 있는 상황에서 올바른 게임 문화 형성을 위해 게이머와 업체, 정부가 함께 힘써야 하겠다.
이수영 온라인게임 서비스 업체 ´웹젠´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