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학생들이 회원의 대부분을 차지하고 있지만 모두들 밤 새우는 데는 이력이 났어요.”
인천시 남동구 간석동 가천길대학 창업경영과 2학년인 신인순씨(21·여)는 요즘 강의 시간을 제외한 하루 대부분의 시간을 동아리방에서 보낸다. 동아리 회원들이 몇 달 동안 머리를 맞대고 짜낸 아이디어를 제품으로 만들어내느라 느긋하게 점심을 즐길 겨를도 없다.
신씨가 속한 창업 동아리 ‘토네이도’는 회원 15명 가운데 12명이 여학생. 하지만 이들은 몇 시간씩 이어지는 마라톤 회의도 마다하지 않는 강골들이다.
이 동아리는 현재 반원형 머릿빗에 결합했다가 떼어 내면 솔 사이사이에 낀 머리카락을 한꺼번에 제거할 수 있는 ‘3-brush’를 만들고 있다. 번번히 머리카락을 손으로 빼내기 귀찮다는 이유로 아예 새 것으로 바꾸는 경우가 많다는 점에 착안한 것.
신씨는 “젊은층이 즐겨 찾는 ‘과일꼬치’도 동아리 선배들 작품”이라며 “3-brush가 상품화 되면 7번째 작품이 되는 것으로 모두들 열심”이라고 말했다.
반짝이는 아이디어 덕분에 토네이도는 다른 대학생 창업 동아리 8곳과 함께 지난달 말 인천지방중소기업청으로부터 지원 사업 대상 동아리에 선정됐다.
이처럼 인천 지역 대학가에서는 창업 동아리의 활동이 활발하다.
토네이도는 인천중기청으로부터 300만∼500만원을 지원받게 돼 그동안 가장 큰 걱정거리였던 아이템 개발 비용에 대한 부담을 덜었다.
함께 선정된 8개 창업 아이템도 3대1의 경쟁률을 뚫고 선정된 만큼 아이디어가 돋보인다.
아이어스(인천대)는 인터넷을 통해 선풍적인 인기를 끌고 있는 ‘아바타’의 업그레이드 격인 ‘플래시 아바타 카드 메일’을, e-보헤미안(경인여대)은 품앗이를 하듯 서로에게 필요한 지식을 주고 받는 ‘아마추어 닷컴’을 선보였다.
인하공전의 i.c.s는 공대 동아리답게 자(尺) 하나에 여러 기능을 더한 ‘하나로 자’를 개발하고 있다. 인하대의 인하벤처클럽과 웹스(webs)동아리는 ‘사이버포인트 은행’ ‘온수체크 절수기’ 등 5개 아이템을 내놓았다.인천지방중소기업청 지원총괄과 노영수씨는 “대학 창업 동아리의 모든 아이디어가 상품화로 이어지는 것은 아니지만 1998년 이후 매년 1,2팀 정도는 창업에 성공한다”고 말했다.
지난해까지 정보통신(IT)쪽에 치중됐던 아이템이 ‘아이디어 상품’ 쪽으로 많이 전환한 것은 올해 눈에 띄는 대목이다. 특히 이런 변화는 최근 대학생 창업 동아리 내에 불고 있는 ‘체질개선’ 바람과도 관련이 깊다.
현재 활동하고 있는 대학생 창업 동아리는 인천지역의 12개를 비롯해 전국 503개.
경기지역 연합회 회장 신영석씨(국립환경대 대학원 1년)는 “그동안 벤처 열풍에 휩쓸려 IT분야에만 매달린 동아리들이 많았다”며 “체질개선을 통해 강의실과 생산 현장을 잇는 아이디어 뱅크로서 거듭나겠다”고 말했다.
박승철기자 parkking@donga.com